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 도쿄 모터쇼가 ‘저팬 모빌리티쇼’로 옷을 갈아입고 4년 만에 부활했다. 2019년을 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간 중단된 전시회가 25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언론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를 필두로 혼다 닛산 같은 일본 자동차 업체가 총출동해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선 중국 BYD도 처음 나와 일본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일본 업체들은 언제 생산될지 기약 없는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내놨지만 BYD는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전시하며 벌어진 양국 전기차 격차를 실감케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새 전기차 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 후발 주자 자리를 탈피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지난해 전기차 1종을 처음 출시한 도요타는 여러 가지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한꺼번에 내놓으며 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내부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PBV) ‘가요이바코’, 고객이 제작에 참여하는 트럭 ‘IMV 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T-3e’ 등을 공개했다. 렉서스는 30분 만에 100% 충전해 1000km를 달리는 2026년 생산 예정 ‘LF-ZC’를 처음 선보였다.
참가 기업 중 가장 먼저 차 소개에 나선 사토 고지(佐藤恒治)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당신이 원하는, 당신만의 차를 만드는 것이 차세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미래”라며 “다양한 선택지를 계속 제공하는 게 도요타가 목표로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 2위 혼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개발한 무인 전기차 택시를 내놨다. 미베 도시히로(三部敏宏) 혼다 사장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닛산은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미니밴 ‘하이퍼 투어러’를 내놨고, 스즈키는 인도 유럽에서 판매할 소형 전기차 eVX를 선보였다.
준비한 전기차를 총망라하다시피 했지만 일본 전기차의 한계도 드러났다. 도요타 혼다 등이 내놓은 전기차는 대부분 실험 성격이 강한 콘셉트 모델이었다.
충전 시간을 크게 줄이고 주행거리를 늘어나게 하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엿보였지만 그 꿈이 실현되기 전에 이미 자동차(전기차) 시장 재편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건 2025년이지만 그사이 세계 시장 경쟁 구도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BYD는 벤츠 G바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경쟁하겠다며 지난달 공개한 대형 SUV U8을 선보였고 내년 일본에서 출시할 주행거리 555km 전기차 ‘실’도 공개했다. 류쉐량(劉學亮) BYD저팬 사장은 “일본에서의 새로운 전기차 미래는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참가해 현지 업체 대상으로 전기차 아이오닉5 등에 들어간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며 수주에 나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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