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우리말의 의성어·의태어는 작은말은 양성모음(ㅏ/ㅗ), 큰말은 음성모음(ㅓ/ㅜ)을 사용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우리말 법칙이다. 작은 돌은 물에 ‘퐁당’ 빠지고, 큰 돌은 ‘풍덩’ 빠진다.
양성모음의 작은 느낌, 음성모음의 큰 느낌은 어떻게 생겼을까? 실제 대상의 물리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생겨난 걸까?
올해 열린 제69회 전국과학전람회의 학생부 대통령상은 큰말과 작은말이 표현하는 대상의 물리량을 분석해 우리말의 우수성을 탐구한 충북과학고 노수빈, 임준혁, 지민준 학생들(지도교사 정도일)에게 돌아갔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수상작 발표회에서 학생들은 “국어학에서는 ‘퐁당-풍덩’ 같은 작은말-큰말이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의 어감 차이로 대상의 느낌 차이를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이러한 ‘어감’과 ‘느낌’이 진동수라는 물리량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고, 이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돌을 수조에 떨어뜨릴 때 만들어지는 공동의 크기와 유지 시간을 분석해 퐁당 소리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주파수 분석을 통해 진동수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퐁당-풍덩’에서 표현대상의 진동수와 발음의 포먼트(구강의 공명진동수)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했다. 진동수가 높은 양성모음(ㅏ,ㅗ)으로 진동수가 높은 대상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를 의성어 뿐만 아니라 의태어와 형용사에도 적용했다. 학생들은 우리말 의태어의 경우 동어반복(뒤뚱뒤똥, 깡총깡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반복 운동의 진동수와 발음의 길이, 형용사에서는 대상의 고유 진동수를 기준으로 물리적 분석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모음 인지 지도(Map of Vowel Perception, MVP)를 개발해 임의의 소리와 가장 가까운 모음이 무엇인지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과 척도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이를 이용한 자연소리 모음 인식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올해로 3년째 이 대회에서 수상했다는 노수빈(3학년) 학생은 “모음조화를 이용해서 미묘한 느낌 차이를 표현하는 작은말-큰말 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말 고유의 체계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던 이 우수성을 우리는 물리적 관점으로 접근해 우리말이 기능 측면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센스있는 언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또한 “개발한 모음 인지 지도(MVP)는 우리말 배우기를 어려워 하는 다문화 학생들이나 언어치료 분야에서도 활용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상엽 KAIST 부총장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한 매우 뛰어난 연구결과”라며 “학생들에게 논문 작성도 권유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이번 대회 교원·일반부 대통령상은 윤석민·권진영 대전과학고 교사 팀의 ‘시각 장애 학생을 위한 광학 실험 장치 개발 및 적용’ 작품이 수상했다.
국무총리상에는 학생부 ‘에니악(ENIAC)’팀(경기북과학고등학교 2학년 이한진, 노경민, 이명제 학생)의 ‘역기전력 검출을 통한 BLDC 모터의 센서리스 폐쇄 루프 제어’ 작품이, 교원·일반부에서는 ‘친환경적으로‘팀(강원 우산초등학교 최정윤, 문막초등학교 박가람, 거성초등학교 김진영 교사)의 ‘친환경 플로랄폼 개발’ 작품이 각각 선정됐다.
전체 수상자 현황은 국립중앙과학관(www.science.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시상식은 11월 15일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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