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사우디 정부가 탈석유 시대에 대비한 강력한 친환경 정책 일환으로 현지 전기차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글로벌 타이어 업체와 현지 전기차 타이어 공장 설립 계약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브랜드와 부품사들의 대거 진출이 예고된데다 지난해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 논의를 진행한 금호타이어가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사우디 아샤르크 뉴스(Asharq News)에 따르면 반다르 알 코라이예프(H.E. Bandar Al-Khorayef)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공공 투자 기금을 통해 글로벌 타이어 회사 중 하나와 현지 전기차 타이어 공장 설립을 위한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우디 왕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공급망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 시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현지 전기차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는 점이 이번 현지 전기차 타이어 공장 투자 유치 추진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들 업체를 뒷받침할 전기차 타이어 생산 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한국의 경우 현대차를 필두로 전기차 부품사들이 사우디 진출을 예고한 상태이다. 현대차와 사우디가 합작 투자를 통해 사우디에 반조립(CKD)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 부품사들이 현지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구체적인 타이어 업체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금호타이어를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지난해 현지 타이어기업인 블랏코와 현지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현지 제품 생산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시너지는 물론 사우디가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유럽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사우디 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기에도 유리한 시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유럽 국가 인근 생산 거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해상 운임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현지 생산만으로는 효과적인 원가 구조 개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가까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통해 천연 고무 수입해 운반비를 절약하거나 미국 수출 관세를 낮출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유럽 수출을 위한 물류비 부담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만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계획이 4년가량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광주 공장 이전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우디 전기차 타이어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이전 계획이 확정되거나 완전히 무산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30년까지 수도 리야드 내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5000억달러를 투자해 조성하는 신도시 네옴은 100% 전기차만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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