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일본지사장 인터뷰…”폐쇄적인 日서 상품력 향상 중요”
(도쿄=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012330]는 현대차그룹을 세계 3위 자동차업체로 만든 1등 공신 중 하나다.
현대모비스는 그간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에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 전동화가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양상도 바뀌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경쟁력을 가진 배터리 제어·관리능력이 전기차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현대모비스의 해외 수주(현대차·기아건 제외)는 2020년 17억6천만달러에서 지난해 46억5천만달러로 2.6배 늘었다.
지난 8월 독일 폭스바겐그룹으로부터 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배터리시스템(BSA) 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 예다.
현대모비스의 일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유키히로 하토리 현대모비스 도쿄지사장을 재팬 모빌리티쇼(옛 도쿄모터쇼)가 열린 지난 25일(현지시간) 도쿄 빅사이트에서 만났다.
현대모비스는 4년 만에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그는 미쓰비시자동차에서 42년간 설계와 구매 분야 업무를 담당했다. 현대모비스는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내 역량 강화를 위해 부품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유키히로 지사장을 영입했다.
먼저 그는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체 간 차이점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꼽았다. 한국 자동차업체가 전동화 등 변화에 대응이 빠르다는 의미다.
유키히로 지사장은 “일본 기업은 개발 분야에서 조사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는 등 매우 신중하다”며 “이에 반해 한국은 이러한 과정이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면서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차이는 5년 후에 명확히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키히로 지사장은 “현대모비스에 근무해보니 젊음, 열기가 굉장히 강했는데 그런 부분이 이전 직장(미쓰비시)과 달랐다”고도 했다.
현대모비스의 형제기업인 현대차는 2009년 일본 시장 철수 후 12년 만인 2021년 현지에 재진출했다. 현대모비스의 유키히로 지사장 영입도 현대차의 재진출과 맞닿아있다.
그는 “일본 자동차시장은 수입차에 폐쇄적이고, 부품업계도 이와 유사하다”며 “하나의 부품을 갖기 위해 공급 풀을 만들어 놓는 등 일본도 계열사에 대한 공급 관계가 명확하다. 결국 수직계열화가 강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정해진 틀 안에서 구매하는데, 현대모비스가 판매를 확대하려면 가격경쟁력, 성능도 고려해야 하지만 상품력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묘한 차이로는 이길 수 없고, 성능적으로 차이를 크게 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전동화 전환을 맞아 부품사도 관련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키히로 지사장은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크게 와닿는 흐름은 전동화”며 “BYD 같은 중국업체도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대모비스 제품은 일본 경쟁업체에 비해 충전 시간이 짧다”며 “전동모터, 인버터 변속기의 일체화 제품도 경쟁사 대비 작지만, 출력도 더 뛰어나다. 이런 점이 일본업체 대비 경쟁 요소”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미국의 오토모티브뉴스가 집계하는 자동차 부품사(배터리 제외) 순위에서 최대 경쟁업체인 일본 아이신을 제치고 글로벌 ‘톱5’에 올랐다.
그는 이와 관련, “5위로는 만족하지 않고, 목표를 상향 조정해 달려가고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어떤 경쟁우위 요소를 가졌는지를 알리고 싶고, 이를 잘하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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