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았다 일어설 때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고 어지러운 증상, 바로 기립성 저혈압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증상이 수초 정도 지속되다 사라지기 때문에 가볍게 여긴다. 하지만 이를 우습게 보고 방치하면 혈관성 치매나 뇌졸중 등 치명적인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는 음식, 자세를 알아보자.
기립성 저혈압은 순간적으로 혈압이 크게 떨어져 뇌 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며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빈혈과 증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기립성 저혈압도 피가 모자라 생기는 병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르다.
기립성 저혈압은 심장 기능의 이상으로 혈관 내 압력이 낮아져 발생한다. 반면 빈혈은 혈액 속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생기는 혈액계 질환이다. 두 질환은 엄연히 다르다.
질병을 고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실천하기 쉬운 방법부터 접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식처럼 말이다.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선 혈액순환을 돕는 비타민A·C,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가 좋다. 그렇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는 음식에는 뭐가 있을까.
시금치는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는 데 좋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시금치나 양배추 같은 녹색 채소에는 질산염이 풍부하다. 질산염은 몸 안에서 일산화질소로 바뀌어 혈관을 확장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특히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년에 기립성 저혈압으로 고생하는 경우 노년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나 높다. 시금치 속 비타민 K, 루테인, 엽산, 베타카로틴 등은 뇌를 젊게 유지해 치매 예방에도 좋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베타카로틴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류를 개선하며 심장병과 암 위험을 낮춰주는 항산화물질로, 시력과 눈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베타카로틴은 껍질에 많이 있으므로 당근을 껍질째 먹는 것을 추천한다. 어렵다면 믹서기에 갈아서 주스처럼 마시는 것도 좋다.
유제품에 많은 비타민B12는 정상적인 혈압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또 혈액순환도 촉진한다. 유제품을 꾸준히 먹거나 영양제 등으로 보충하면 기립성 저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다.
한국 음식에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는 식재료인 마늘도 기립성 저혈압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마늘에 든 스코르디닌 성분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마늘 특유의 알싸한 냄새를 내는 알리신도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다만 혈액응고장애가 있거나 혈액 희석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마늘 섭취를 늘리기 전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우선 호두에는 알기닌, ALA, 비타민E 등이 함유돼 있어 몸속 일산화질소의 생성을 자극한다. 이는 혈관을 확장하기 때문에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또 아몬드에는 비타민E가 풍부해 혈관 벽 노화를 늦추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다만 너무 많이 섭취할 시 위장장애나 설사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하루에 한 줌이나 23개 정도만 먹는 것을 권장한다.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들여야 할 습관은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이다. 만약 증상이 심하다면 ▲다리에 압박 스타킹 신기 ▲배에 복대 착용 ▲음식 천천히 먹기 ▲잘 때 머리 15~20도 정도 높여서 자기 ▲하루 물 2L 마시기 ▲짠 음식 피하기(아예 저염식을 하는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 적당히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야 혈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과음하지 않기 ▲하체 근력 운동하기 등을 실천해 보자.
그러나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한다고 한들 증상이 발현됐을 때 대처법을 모른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넘어질 시 낙상, 골절, 실신 등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증상을 완화하는 자세도 기억해 두는 게 좋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데 가장 좋은 대처법은 ‘눕는 것’이다. 피가 뇌로 빠르게 공급돼 증상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지하철 등 눕기 힘든 장소라면 하체에 힘을 주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하체에 힘을 주면 다리 혈액이 급격히 수축하며 상체로 피를 빠르게 올려보낸다.
대표적인 자세는 ‘선 채로 다리 꼬고 힘주기’다. 이 자세는 앉은 상태에서 시도해도 좋다.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나기 직전 15~30초 정도 다리를 꼬고 있으면 된다.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팀에 따르면 일어선 뒤 다리 꼬기를 한 그룹의 경우 혈압 강하 정도가 평균 18mmHg에 그쳤다.
반면 정상적으로 일어선 그룹은 28mmHg, 무릎 들어올리기를 반복한 후 일어선 그룹은 20mmHg 정도의 혈압 강하를 보였다.
세계적 학술지 ‘란셋 신경학회지’에도 선 채로 다리 꼬기, 까치발 들기, 의자 위에 한 발 올려놓기가 기립성 저혈압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이 자세들의 공통점은 허벅지, 종아리 등 하체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해 다리 정맥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립성 저혈압 의심은 가는데 확신이 없을 때는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된다면 순환기내과를 찾아 ‘기립 경사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기립 경사대 검사는 환자를 검사용 테이블에 눕혀 고정한 뒤 테이블의 각도를 90도에 가깝게 세우며 실시간으로 맥박·혈압·어지럼증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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