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중개사의 해외송금이 제3자 송금이 아닌 거래 당사자에 해당될 수 있는지를 놓고 보험중개사협회가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사실상 막힌 보험중개사 해외송금 길을 다시 뚫기 위해서다.
최근 일부 은행지점이 국내 보험사와 해외 재보험사의 보험거래를 연결하고 업무상 보험료까지 대신 내주는 보험중개사의 외화송금을 제3자 지급으로 보며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관련기사 : ‘이상 외화송금’ 불똥 튄 보험중개사들…돌연 해외송금 막혀(10월11일)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중개사협회는 해외송금 거래 당사자 지위에 보험중개사가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살피고 있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외국환거래규정을 보면 보험 사업자는 보험사로만 한정돼 있다”며 “보험중개사들도 독립된 보험계약을 다뤄 보험 사업자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인정되면 보험중개사가 거래 당사자에 해당돼 한국은행에 해외송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더해 ‘인터넷 구매대행업자가 거주자(구매자)를 대신해 수입자금을 수출자에게 지급하는 경우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은의 제3자 해외송금 신고예외 사항이 보험중개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협회가 나선 건 보험중개사가 국내에서 수령한 재보험료를 해외 재보험사로 보내는 정산업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보험중개사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기업과 보험사 또는 보험사와 재보험사의 보험거래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브로커다. 기업고객을 대리해 각종 리스크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화재·해상보험 등 일반보험 상품을 추천한 후 계약체결까지 책임지는 구조라 보험료 납부도 위임받는다.▷관련기사 : [보험정책+]보험중개사를 아시나요(2021년 4월15일)
국내 보험사가 보험중개사를 거쳐 해외 재보험사로 재보험을 출재할 땐 재보험료를 보험중개사(전용계좌)에 보낸다. 이를 보험중개사가 해외 재보험사로 송금하는 게 통상 업무관행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권 ‘이상 외화송금’ 사건 이후 은행지점에서 보험중개사의 외화송금이 제3자 지급에 해당한다고 보는 사례가 많아졌다. 한국은행 역시 제3자 지급이며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한다.
제3자 지급이란 계약 당사자간 직접 거래가 아닌 형태를 말한다. 외국환거래법에선 제3자 지급의 경우 연 1만달러를 넘으면 한은에 신고토록 하고있다. 외화송금 누적액이 연 10만달러를 초과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중개사업계는 보험감독규정을 어길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감독규정은 보험중개사가 입금된 재보험료와 재보험금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지급토록 하고 있다.
올초 이 규정을 위반한 에프제이보험중개와 마쉬코리아보험중개가 금감원으로부터 경영개선 조치를 받았다.
한은은 각 법인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외화송금 신고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중개사들의 체감은 다르다. 갑자기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신청이 몰려 신고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외화송금이 본격적으로 막힌 지난달 중순부터 현재까지 인터넷으로 신고할 수 있는 아이디 등록을 마친 보험중개사는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중개사 한 관계자는 “한은이 내부 정보인 중개수수료까지 세세히 표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중개사업계가 안일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미신고 해외송금을 불가피한 업무관행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없던 규정이 생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명백한 만큼 중개사들도 의견을 모아 신고절차를 간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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