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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해외 사업의 중심 축을 ‘동남아 법인’으로 맞춘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선진 시장은 경쟁 포화 상태인 반면 동남아는 한국 기업 진출에 우호적이고 협력 가능성도 높다. 특히 우리은행의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은 지난 3년간 연평균 당기순이익 성장률 32%를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남아 법인 순익은 전체 글로벌 부문 당기순이익(약 4600억원) 중 43%를 차지했다.
조 행장의 목표는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순익 비중 25%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동남아 3대 법인에 5억 달러를 증자하고 폴란드·중동 등 신규 지역 거점을 확장할 방침이다. 조 행장이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동남아성장사업부 등을 구축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영 색깔을 입히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부행장)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순익 비중을 확대해 ‘아시아 넘버원(NO.1) 글로벌 금융사’로 올라서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글로벌 성장 전략은 △소규모 법인 인수 등을 통한 신규 시장 진출 △M&A(인수·합병) 등을 통한 단계별 진출·성장 △현지 리딩뱅크 도약 등 3단계로 추진될 전망이다. 법적 규제나 금융 환경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를 중점으로 두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전 세계 24개국에 보유한 466개 네트워크(법인·지점·사무소)를 활용해 글로벌 부문 1위 은행인 신한은행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법인 총 당기순이익은 1402억원으로, 신한은행(2600억원)과 약 2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윤 그룹장은 “해외 네트워크 수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많지만,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신한은행에 비해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이) 적은 부분이 있다”며 “거액의 IB(투자은행) 딜(거래) 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적지만 수익성 부문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우리은행은 차기 글로벌 영업 거점 지역 중 하나로 ‘폴란드’를 꼽고 있다. 폴란드 카토비체 도시는 현대차와 기아차,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 현지 법인이 다수 포진한 공업 도시다. 우리은행은 폴란드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해 국내 기업 진출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윤 그룹장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라며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조 행장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중심으로 이익을 얻는 기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사업 구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조 행장은 지난 7월 ‘2023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동남아성장사업부 등이 우리은행의 새로운 시작의 최선봉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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