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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민족정체성을 강조하며 정부 공문과 관련해선 공식언어인 말레이어를 사용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두고 보수적인 시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민족언어 사용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와르 총리는 전날 “연방헌법 152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민족언어는 말레이어”라며 “영어는 널리 통용되는 언어지만 불필요할 만큼 영어로 공문을 쓰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정부기관, 사립대학 등이 정부에 보내는 공문과 관련해서 말레이어를 사용하고 영어로 발송할 경우 반려하겠다고 전했다.
안와르 총리의 이번 결정은 말레이어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연방국가이자 다민족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일상뿐 아니라 공식석상에서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족정체성이 강조되면서 단계적으로 수학·과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이중언어프로그램(DLP)을 축소 및 폐지했다.
안와르 총리는 그 이전에도 민족언어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1986~1991년에도 민족언어인 말레이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표준어를 바로잡는 등 교육 확대에 나섰다. 또한 1990~1998년까지 내무부 장관으로 재임한던 시기에는 민족 정체성을 계승하는 의미로 연설에서 현대 말레이어 대신 고어를 과도하게 사용해 입방아에 올랐다.
또 올해 1월 안와르 총리가 국가 핵심가치로 발표한 MADANI 정책도 지속가능성(keMampanan), 번영(kesejAhteraan), 혁신(Dayacipta), 존중(hormAt), 신뢰(keyakiNan), 사회보장(Ihsan)을 의미하는 말레이어에서 따온 두문자어를 사용했다.
안와르 총리의 이같은 정책은 말레이시아 네티즌들 사이에서 “보수주의에 경도돼 있다” “세대 흐름에 반한다” 등 국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어려운 말레이어 남용으로 국민을 소외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지금은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를 쓴다”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민족언어를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카마리아 카마루딘 푸트라 대학 말레이어 교수는 “민족유산과 문화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말레이어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며 “영어 사용을 자중하고 고유한 가치를 지닌 민족언어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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