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오는 3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을 결정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집행위)가 양 사 합병으로 유럽 화물 노선에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사회가 매각을 수용하면 합병의 걸림돌로 꼽혀온 유럽 화물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유럽경쟁 당국의 관문을 넘어설 수 있다. 반면 거부하면 3년간 진행돼 온 빅딜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화물노선 매각 결정에 대해 이사회 내부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물노선을 매각하게 되면 △배임죄 여부 △합병 후 독자생존 가능성 △주주가치 훼손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멤버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배임죄 적용 여부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코로나19 기간에도 연매출 3조원을 넘는 저력을 보인 ‘알짜’ 사업이다. 화물특수가 끝나고 규모가 줄었다지만 올 상반기에만 78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처럼 화물사업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사업 매각이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되고, 이 결정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사안은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 여부다.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해 합병이 불발될 경우 재무상태가 불안한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별도 기준 12조원에 달하는 부채 탓에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도 있었지만, 대규모 이자비용에 따른 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화물사업 매각 판단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24일 1주당 941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021년 9월 한 때 주가가 3만원 가까이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약 2년 만에 주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합병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이 ‘합병 올인’을 외치는 등 강력하게 의지를 표명하고 있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조건으로 소속 직원의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를 오는 30일 열리는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2000%에 가까운 부채비율,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이자 비용 등을 따져보면 독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3자 매각도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새로운 인수자가 나올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거 에어캐나다와 에게항공 등 인수합병 실패 사례를 참고해 합병을 준비했다”이며 “당국과 최선을 다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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