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당초 발표한 대로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기 위해 본격적인 수요조사에 돌입한다.
시급성을 고려해 내년부터 확대할 정원은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검토하며, 관련 수요조사와 수용성에 대한 현장점검은 약 4주 안에 끝낼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조 장관은 “대학에 증원 여력이 있는 경우 2025학년도 정원에 우선 고려하고 있다”며 “증원 수요는 있으나, 추가적인 교육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2025학년도 정원은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하고, 지역의 의대 신설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과 비교해 최하위권 수준이다. 이로 인해 최근 소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이 일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국 40개 의대의 입학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18년 동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보니, 꾸준히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장관 또한 “최근 급격한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전체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 인구가 증가한다면 오는 2050년까지 의료 수요는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의료 이용 증가에 따라 임상 의사는 더욱 부족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먼저 복지부와 교육부는 이날부터 합동으로 각 대학교에 증원 수요와 교원, 시설 등 현재 교육·수요 역량과 향후 투자계획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
약 2주 간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동안 각 대학은 내부 협의를 거쳐 증원 수요를 작성한 후 대학본부를 통해 회신한다. 정부는 각 대학에서 제출한 증원 수요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의학교육점검반을 조직해 오는 11월에 의과대학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점검반은 복지부·교육부, 의학계, 교육계, 평가 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되며,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반장을 맡게 된다. 이들은 의과대학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별도로 구성한 현장점검팀의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증원 수요 및 수용 역량에 대한 점검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점검이 마치면 복지부가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통보한다. 교육부는 대학에 2025학년도 정원배정 계획을 안내하는 등 관련 후속 절차를 진행한 다음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대학별 정원 배정을 확정한다.
다만 복지부는 이날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 확정 시기, 국립대·지역 배분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 장관은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의료계에서는 전국 40개의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이해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이번 수요조사가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나 지자체와 지역의 정치인 등 의대정원 확대를 마냥 바라는 대상의 희망만으로 결과가 도출된다면 조사의 객관성은 상실되고 과학적인 근거 분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선진국에서는 필요한 의사인력이나 적정 입학정원에 대한 추계를 주관적 수요가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협의하고 있다”며 “의료시스템 및 건강보험 재정, 각 의과대학의 인증된 교육 여건 및 능력 등 타당성과 현장 수용성을 충분히 반영해 종합적이고 신중한 의사 양성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보다 필수의료의 빈틈을 먼저 보수하고 메꿔야 의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와 헌신에 대한 합당한 대우는 필수의료라는 항아리의 깨진 빈틈을 메우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한다”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한 근거가 바탕이 된 잘못된 정책은 국가재정의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