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참사 현장.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경찰이 ‘교통 불편’을 이유로 지난 1년간 이태원 참사 관련 집회에 수차례 금지 통고를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참사 300일을 맞아 지난 8월 유족들이 진행한 삼보일배 행진도 같은 이유로 경찰이 제동을 걸면서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말까지 총 19건의 이태원 참사 관련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를 했다.
금지 사유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통 불편, 즉 ‘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12조1항)’이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신고된 장소에 중복 신고된 집회가 있어 경찰이 권유한 분할 개최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재차 금지 통고(8조3항)한 사례가 6건이었다. 대통령 관저 등 집회 장소(11조)를 근거로 한 사례도 2건이 있었다.
[경찰청·이형석 의원실] |
일부 집회는 주최 측 반발에 따른 집행정지 소송으로 이어졌다. 특히 참사 300일을 맞아 유가족이 시청부터 국회까지 진행한 삼보일배 역시 법적 다툼의 과정이 있었다. 앞서 경찰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 행사를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하겠다는 신고에 대해, 마지막날인 24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제한한다고 통고했다. 이동 경로 대부분이 집시법상 ‘주요도로’에 해당해 퇴근 시간대 교통 불편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주최인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측은 가처분 소송을 걸어 일부 집행 정지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해당 삼보일배 행사가 심각한 교통 불편을 일으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헤럴드경제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입수한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행진으로 인해 주요 도로의 교통 소통에 심각한 장애를 발생시킬 우려가 상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행진 경로와 참가인원 등을 고려해 행진 종료 시간을 오후 7시로 제한했다.
집회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는 과정에선 무엇보다 유족들의 불안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연 민변 이태원 참사 대응 대스크포스(TF) 소속 변호사는 “유족들로서는 가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될 경우 삼보일배를 도중에 중단해야 해,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며 “행진 경로는 여의도 내 주요도로가 아닌 국회 앞 이면도로였다는 점에서 처분 사유도 부당했다”고 말했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종교단체 측이 시청 인근 도로에서 신청한 집회 역시 교통불편을 이유로 금지 통고를 받았다. 오는 30일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서울시청 광장 서편에서 열기로 한 추모미사 성격의 집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관계자는 “광장 재개장 이후 사용 신청을 받아 집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는데, 일정 문제로 사실상 대부분이 진행이 어려운 상태라 불가피하게 도로로 집회 장소를 신고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교통불편을 이유로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 장소가 용산 대통령실 앞이라는 이유로 금지된 사례도 확인됐다. 대통령실 앞에서의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집시법 시행령이 지난 17일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다. 지난해 12월 각각 이태원로 앞 차로와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진행되는 300명 규모로 집회된 신고는 대통령 관저 등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11조 3호를 근거로 금지 통고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을 관저로 보고 다른 집회에 대해서도 제한을 걸어온 바 있다.
이형석 의원은 “경찰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으려는 퇴행적 조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