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가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레이어20’에서 ‘EVERGREEN ENERGY: 우리의 소나무 너머, 새로운 세상으로’ 기념 전시를 열었다. /사진=손원태기자
코오롱FnC(대표 유석진)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반백년 세월을 지나 글로벌로 눈길을 돌렸다. 1973년 서울 무교동에 첫 매장을 낸 코오롱스포츠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나라 산업화 역사와 함께 레저산업을 발전시켰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에서의 사업 성공을 기반으로, 다음 타깃인 북미 대륙을 가리켰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복합문화공간 ‘레이어20’에서는 코오롱스포츠 50주년 기념 전시인 ‘EVERGREEN ENERGY: 우리의 소나무 너머, 새로운 세상으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시는 총 2개 층이며, 1층은 전나무 숲길과 키네틱 아트가 설치됐다. 2층은 코오롱스포츠의 상록수 로고를 대형 터널로 꾸몄다. ‘솟솟터널’로 코오롱스포츠의 역사와 상품 등을 실물로 구현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전시가 끝난 후에도 사용된 집기와 설치물들을 재사용한다. 전시는 이달 28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열린다.
전시장 입구부터 상록수 기둥이 시선을 묶는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50년간 자연을 모티브로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해왔다.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가치를 기반으로 해 두 개의 상록수를 모티브로 선보였다. 코오롱스포츠라는 브랜드 자체가 자연과의 지속가능성에 기인한 것이다. 입구 가장자리에는 나이테를 모티브로 한 에버그린 카모폴라주 프린트를 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다운패딩, 모먼트 체어, 백팩, 고어택스 장갑, 패딩 슈즈 등 다양하다. 코오롱스포츠가 걸어온 세월의 질감을 이러한 상품들에 녹여낸 듯하다.
본격적으로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자연을 그대로 옮겨왔다. 레트로 콘셉트의 콘크리트 건물에 자연이 들어섰다는 점이 새로웠다. 코오롱스포츠는 25m 길이의 전나무숲을 건물 안에 들여다 놓았다. 총 17그루의 전나무가 있으며, 마치 휴양림에 온 듯 향긋한 나무 냄새가 코끝을 두드렸다. 코오롱스포츠는 마찬가지로 전시가 끝난 후 이 나무들을 경북 울진의 숲에 식재한다. 또한, 일부는 벤치나 테이블 등 목재용 가구로 재사용한다.
코오롱스포츠가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레이어20’에서 ‘EVERGREEN ENERGY: 우리의 소나무 너머, 새로운 세상으로’ 기념 전시를 열었다. /사진=손원태기자
자연의 에너지를 형상화한 키네틱 아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CHASING THE WIND’로, 대자연의 불규칙한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었다. 구조물을 움직이는 바람은 기상관측 OPEN API에 따라 실시간 바람의 성분과 풍향, 풍속이 반영돼 작동된다. 프로그래밍에 따라 움직인다. 기둥 하단과 중단, 상단에 연결된 대형 페브릭은 그날 바람결로 자유롭게 펄럭이는 식이다. 자연과 한걸음 다가서려는 코오롱스포츠의 의지가 엿보였다. 코오롱스포츠는 남겨진 나일론 원단으로 제작했으며, 전시 후에는 ‘솟솟리버스’를 통해 제품 소재로 재사용된다.
2층에 올라서면 코오롱스포츠의 역사를 6개의 관으로 살펴볼 수 있다. ‘ARCHIVE WALL’은 코오롱스포츠와 함께 한 인물들의 인터뷰 영상이 재생된다. 극지 스페셜리스트 유한규, 고산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김재수, 코오롱등산학교 7대 교장인 윤재학 등이 있다. ‘LIFETECH LIMITLESS’는 대자연에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라이프텍을 꾸민 공간이다. 코오롱스포츠가 2006년부터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쏟았으며, 최상위 기술이 집약돼있다. ‘FUTURE FOREST’는 코오롱스포츠 현재의 자연을 넘어 미래 자연의 범위를 다른 행성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1973-2023’은 말 그대로 코오롱스포츠의 로고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CIRCULAR RETURN/MONO-MATERIAL SYSTEM’은 제품을 구성하는 모든 원부자재에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만 사용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코오롱스포츠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또한, 헌 옷이 어떻게 새 옷으로 되는지 코오롱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압축했다. ‘EXPEDITION TO ANTARCTICA’는 코오롱스포츠의 남극 탐사 지원 사업을 녹여냈다. 코오롱스포츠는 1988년 세종과학기지 연구진에 피복을 납품하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21년에는 남극의 장보고과학기지와 탐사 프로젝트인 ‘k루트’를 돌입했다. 남극 곳곳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공간이며, 실제 남극 탐사 연구원들이 입은 제품들을 전시했다.
코오롱스포츠가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레이어20’에서 ‘EVERGREEN ENERGY: 우리의 소나무 너머, 새로운 세상으로’ 기념 전시를 열었다. /사진=손원태기자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50년간 R&D에 지속 투자하며, 고객의 눈높이에서 제품을 생산해왔다. 의류, 신발 분야에서 프리미엄 다운인 ‘안타티카’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상품명처럼 남극 극지연구소의 피복 지원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강추위에 견딜 수 있다. 이를 상품화한 것이다. 안타티카는 2012년 출시 후 누적 판매액이 약 23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스테디셀러 제품이 됐다.
코오롱스포츠는 이러한 R&D팀을 통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IT융합형 상품인 ‘라이프텍’이 그 주인공이다. 라이프텍은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을 보호하고, 빠른 구조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한 상품 안에 담아냈다. 2006년 시판된 후 현재 Ver. 10 라이프텍까지 나온 상태다. 올해 정식 출시를 앞둔 Ver. 10 라이프텍은 해양조난 시 필요한 기능을 모두 담았다.
이처럼 코오롱스포츠는 ‘Your Best Way to Nature’의 슬로건으로, 2019년부터 리브랜딩에 들어갔다. 마케팅부터 변화를 주었으며, 공간이 주는 힘을 활용해 ‘솟솟618’와 ‘솟솟리버스’ 등 코오롱스포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콘셉트 스토어도 만들었다. 이에 2021년부터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매출 신장도 이끌고 있다.
중국 사업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인‘안타그룹’과 전략적으로 합작사를 설립했다. 북경, 상해 등 주요 거점 도시의 백화점, 대형몰 등에서 1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상해에 중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 국내와 마찬가지로 코오롱스포츠의 장점인 공간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실적이 좋지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올 상반기에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올 한 해에만 목표액인 4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서 코오롱스포츠는 다음 글로벌 무대로 북미를 지목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 경험으로, 2000m 이상의 고도가 높은 산이 많은 북미 지역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이 코오롱스포츠 창립 50주년을 맞아 향후 계획과 브랜드 철학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여기에 코오롱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은 ‘제로-웨이스트(zero-waste)’를 통한 순환 패션을 지향하고 있다. 의류 산업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모노 머티리얼(mono-material)’ 상품이 그 예다. 헌 옷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된 소재 단위로 분해가 필수적이다. 코오롱스포츠는 단일 소재로 상품을 만들어 분해 단계를 최소화했다.
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은 “코오롱스포츠는 로고인 상록수처럼 한결같은 모습으로 50년간 고성장을 이룬 대한민국과 함께 혁신을 일궈왔다”라며 “앞으로의 50년 출발점에 서며, 끊임없는 혁신과 꾸준함으로 고객을 감동시키겠다”라고 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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