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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금리 리스크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국내외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가의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주식게시판에는 ‘숏(매도베팅)으로 1억7000(만원) 수익인증’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사람이 공개한 해외선물옵션 잔고를 보면 지난 4일까지 1270만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5일부터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13일 현재 수익 규모가 1억7200만원까지 늘어났다.
선물옵션 거래는 만기일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콜옵션)나 팔 수 있는(풋옵션) 권리를 매매하는 것으로, 이 사람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풋옵션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자가 올란 해외선물옵션 잔고 현황 |
이런 가운데 간밤에도 뉴욕증시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소식에도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 속에 하락했다.
26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63포인트(0.76%) 하락한 3만2784.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9.54포인트(1.18%) 떨어진 4137.2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25.62포인트(1.76%) 밀린 1만2595.61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 기준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기술적 조정 영역에 진입했으며 이날 낙폭을 확대했다. 장 막판 지수가 낙폭을 축소하긴 했으나 상승 반전에는 실패했다.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경제 지표가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악화한 투자 심리를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강한 지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근거를 마련해준다.
개장 전 나온 미국의 성장률 지표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지수 선물의 낙폭이 축소된 뒤 일부 지수는 개장 후 오름세를 보였으나 곧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거의 5%에 육박해 경기 침체 우려를 무색게 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였던 4.7%보다 높은 수준으로 2분기의 2.1%의 두 배를 웃돈다. 이번 수치는 2021년 4분기(7.0%↑)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경기 침체 신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올해 미국 성장률은 2.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64.09포인트 내린 2299.08로 장이 종료됐다. 연합뉴스 |
한편, 국내 주식시장도 대내외 악재에 밀려 연초 수준으로 후퇴했다.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4.09포인트(2.71%) 하락한 2299.08로 거래를 마쳤다. 2300선 아래로 내려선 건 지난 1월 6일(당시 종가 2289.97)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26.99포인트(3.50%) 떨어진 743.85로 마감했다.
장기화하는 고금리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악화와 국내 수급 불안 등 악재가 누적되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악재에 민감해진 데다 단기간 내 대외 변수들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바닥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시장 전반의 가격 수준에 비춰볼 때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에 투매에 동참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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