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스스로 담금질도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외부 요인에 담금질을 당하면서 겪어 나가는 것도 많았다”
최근 미국 투어에서 벌어진 팬서비스 논란 등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이승기의 말이다. 담금질이란 보통 부단하게 훈련 시키는 것을 비유적으로 쓰는 단어다. 이승기는 논란들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했다는 표현 자체는 스스로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평가다. 이승기의 표현 방식이 대중에게 잘 와닿지 못하는 사례 중 하나다.
이승기는 26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싱어게인 시즌3-무명가수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최근 논란 후 첫 공식석상 자리였던 만큼 이승기에게는 해당 이슈로 사과할 말이 있는지, 어떠한 입장인지에 대한 질문이 갔다.
이승기는 전 소속사와의 분쟁을 시작으로 최근엔 미국 공연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시달렸다.지난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이승기는 교민 운영 식당에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방문을 취소하며 팬서비스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뉴욕과 뉴저지 공연이 취소됐는데, 현지 사정으로 인해 취소됐다는 이승기 측의 주장과 달리 공연기획사 측은 티켓 판매 부진이 원인이었다며 이승기 측의 거짓 해명을 폭로하기도 했다. 상반되는 주장 속에서 이승기 측은 더이상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달 만에 공식석상에 오른 이승기는 미국 교민들을 향한 사과나 공연 취소등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면서 “올 한해가 나에게 있어서는 단단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내 안에서 스스로 담금질을 하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외부 요인에서 담금질을 당하면서 겪어나가는 것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저를 사랑한 팬들, 관계자들께 올 한해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피로감을 많이 들인 것 같아 죄송하다. 이 일을 겪으면서 많이 성숙해지는 것 같다.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덧붙였다.
이승기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이승기 소속사의 미숙한 대처가 일을 키운 꼴이기도 하니 말이다. 교민과의 원활한 소통도, 공연 취소에 대한 해명도 소속사에서 제대로 컨트롤 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말하고, 사과하고,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면 좋았을 법했다.
외부 요인에 담금질을 당했다는 말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의 요인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말로 읽히기 쉽다. 외부의 어려운 요인이 있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그의 선택이었다. 스스로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취지는 좋지만,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중들이 이승기에게 원하는 건 담금질 같은 말이 아니다. 그가 노래로 다시 이야기해주길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할 때가 아니라, 대중들이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 아닐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