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빛의 예술’이다. 카메라로 피사체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자연광이든 인공광이든 빛이 필요하다. 또한, 빛은 일종의 영화 언어로 기능한다. 어떤 종류의 빛을 얼마나 비추느냐에 따라 피사체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빛의 사용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콘트라스트(contrast)다. 특정 장면에 어두운 부분이 생기도록 하는 조명(low-key)과 밝은 부분이 생기도록 하는 조명(high-key)을 동시에 사용할 때, 흔히 “콘트라스트의 효과를 적절히 살린 장면”이라고 말한다.
주로 인물의 특성이나 처한 상황을 표현하는 데 콘트라스트를 사용한다. 영화의 주제와 장르, 분위기를 결정짓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콘트라스트는 한 화면의 가장 밝은 곳과 어두운 부분의 상대 비율이다. 국립국어원은 콘트라스트를 ‘명암 대비’로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영화로 예를 들어보자.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에서 인조(박해일)는 망해가는 나라의 국왕으로서 매일 근심한다. 이 같은 인조의 상황을 황 감독은 극명한 ‘명암 대비’를 통해 드러낸다.
인조는 항전(抗戰)을 주장하는 신하와 항복(降伏)을 주장하는 신하 사이에서 고뇌한다. 그의 얼굴 절반은 밝게, 나머지 절반은 어둡게 처리된 장면이 인상적이다.
배리 젠킨스 감독의 영화 ‘문라이트’ 역시 명암 대비는 물론 빛의 효과를 잘 살린 영화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흑인이자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샤이론이다. 그는 가난과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왜소한 몸집의 소년이다.
그런 샤이론에게 후안이라는 인물이 도움을 준다. 후안은 샤이론을 다정하게 보살피면서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라고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달빛 아래의 해변에 서 있는 샤이론의 뒷모습을 서서히 다가가면서 비춘다. 그 순간 샤이론은 뒤를 돌아보며 카메라 쪽을 바라본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고난당하는 샤이론에게 달빛은 어떤 의미일까? 모든 아이가 파랗게 변하는 달빛 아래의 해변에서 샤이론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감독은 이 순간을 파란 색감의 빛과 아름다운 ‘명암 대비’로 훌륭하게 그려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