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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3년만에 ‘사내하도급=불법파견’ 틀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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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법원이 현대자동차 2차 협력사 근로자들이 불법 파견을 주장하며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업무수행방식이 같다는 이유로 원청으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0년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집단으로 제기한 이후 13년 만에 사내하도급의 적법성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완성차 업계에서는 “모든 사내 하도급이 불법파견이라는 도식화된 인식의 전환 사례”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민사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협력업체 근로자 18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부품조달물류업부 협력업체 근로자의 현대차 근로자 지위를 부정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직접생산, 부품조달물류업무(서열 및 불출업무) 등을 수행했던 협력업체 근로자 18명은 자신들이 현대차에 2년 넘게 파견 근로를 제공한 만큼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 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하며 2017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18명 가운데 15명은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사내협력업체’ 소속이었고, 나머지 3명은 현대차와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한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이번 사건을 제외한 기존 하급심에서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과 재차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까지 모두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앞서 지난해 7월 선고한 포스코 사건에서도 생산관리 시스템(MES)을 업무상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1심은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 중 1명에 대해, 2심은 3명 모두에 대해 ‘현대차가 업무상 지휘명령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근로자의 지위를 부정했다.

대법원 역시 현대차가 원고들에게 MES를 통해 배달한 제품의 시간과 순서를 정한 ‘서열정보’를 전달한 것은 원청의 지휘명령이 아닌 부품공급망에서의 단순한 정보 전달이라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근로관계의 실질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사업장별·공정별·협력업체별로 다를 수 있고, 같은 협력업체 내에서도 구체적인 담당 업무나 근무 상황에 따라 개별 근로자별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생산공정과 구분되는 부품조달물류업무 아웃소싱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부품조달물류업무에서의 원청회사와 하청회사 간의 분업과 협업은 허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양재 사옥. [현대차 제공]

업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자동차 공장 내 사내하도급은 무조건 불법파견’이라는 도식화된 판결에서 벗어나, 업무별로 일의 성격과 원청의 지휘 여부 등을 따져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원심은 근로관계의 실질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사업장·공정·협력업체별로 다를 수 있고, 같은 협력업체 내에서도 구체적인 담당 업무나 근무 상황에 따라 개별 근로자별로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봤다”며 “대법원은 원청의 지휘 여부 등을 따져 구체적, 개별적으로 지휘명령을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MES에 대해서도 지난해 7월 포스코 사건에서 업무상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이번 판결에서는 MES를 통한 부품서열정보의 제공은 부품공급망에서의 정보 전달일 뿐 원청의 지휘명령 도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며 “그동안 생산공장 내 하도급은 불법파견이라는 획일적 판단에서 벗어나 부품조달물류업무와 같이 원청과 하청회사 간 분업과 협업을 위한 사내하도급 활용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생산 외 업무의 하도급 가능성을 열어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희 광운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이번 판결은 종전에 대법원이 제시했던 불법파견 판단 기준에 충실하게 따른 것으로 당연한 결론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이전의 판결들과 차이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이전보다 한층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주화 또는 하도급의 필요성을 업무의 특성에 따라 전향적으로 판단한 원심의 태도를 그대로 인정한 부분은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선고에서 직접생산공정과 구별되는 부품조달업무 아웃소싱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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