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10> 최재순 LN로보틱스 대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만난 열번째 주인공은 심혈관 중재시술 보조로봇을 개발한 최재순 LN로보틱스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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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 혈관 확장, 스텐트 삽입 등 중재(仲裁) 시술로 생명을 구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몸 속 혈관을 의사는 어떻게 찾아낼까. 비결은 엑스레이다. 엑스레이 효과를 높이는 약물(조영제)도 주입한다.
그런데 몇 초간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정도가 아니다. 때로는 한 시간쯤 걸리는 수술 내내 방사선에 노출된다. 전문 의료진은 이 같은 수술을 수없이 반복한다. ‘수술 중 의료진 피폭’이 국회 국정감사 단골 이슈인 게 그래서다. 귀한 목숨을 구하는 수술에 그런 위험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장은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의료 로봇 전문가다. 최 대표는 2019년 이 병원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 등과 함께
LN로보틱스를 창업,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 ‘AVIAR’를 국내 최초 개발했다.
로봇 활용, 수술중 방사능 우려 크게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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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아산병원의 연구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혈관시술은 숙련된 의사라도 눈에 안 보이는 걸 봐야 해서 어렵다”며 “우리가 개발한 로봇과 로봇에 들어간 AI(인공지능) 컴퓨터는 숙련된 의사에게 보다 정확한 시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숙련이 덜 된 의사에게는 보다 편안하게 시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AVIAR는 의사의 손에 해당하는 부분과 컴퓨터로 구성된다. 집도의는 조이스틱같은 핸들로 AVIAR를 조작한다. 모니터에 뜨는 각종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센서가 부착된 로봇을 움직인다. AVIAR은 의사가 조종하는 대로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수술장비를 미세한 혈관에 집어넣는다. 의사는 AVIAR ‘햅틱’ 기능을 통해 핸들을 쥔 손으로 몸 속 상황을 느낄 수 있다.
내장된 컴퓨터는 몸 속 수술 상황 판단에 도움을 준다. 최 대표는 “수술중 의사가 한 번에 감당해야 하는 정보가 많아 놓칠 수도 있다”며 “컴퓨터가 의사와 함께 분석을 하면서 ‘지금 어려운 커브에 들어간다’ ‘어디어디에 이상 움직임이 있다’고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로봇을 활용하면 응급 환자를 위한 원격 중재시술, 감염 우려 상황 속 비대면 중재시술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의료진의 방사선 노출도 최소화한다. 결국 수술 시간을 단축,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로울 것으로 최 대표는 기대했다.
의사의 손 보조+판단 도와 안전·정확한 수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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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의사 아닌 의대 교수’란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의대 지망생이던 고등학생은 우여곡절 끝에 공대로 진학했으나 ‘의사의 꿈’을 놓지 않았다. 대학원생 시절 인공심장 제작에 참여했고 학위를 받은 후엔 국내 첫 복강경 수술로봇 개발에 참여했다. 이렇게 수술로봇 전문가가 되면서 2012년 아산병원에 합류했다.
그의 꿈은 2019년 10월 작은 결실을 맺었다. 식약처 승인 하에 서울아산병원에서 AVIAR ‘버전1’의 첫 탐색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후 3년간 기능 개선에 매달렸고 올해 2월 ‘버전2’가 식약처 품목 승인을 획득했다. 해외 경쟁제품보다 시술도구 조작이 쉽고 햅틱 기능도 특징적이다.
AVIAR은 이달 일선 대형병원에 도입돼 실제 수술 적용을 앞두고 있다. 미·중·유럽 등지에 수출을 타진한다.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도 요청한 상태다.
회사명 ‘LN’은 라틴어 ‘리베르타스 노바’의 약어, “새로운 자유”란 뜻이다. 어려운 조건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 자유를,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겐 새 삶을 주고싶다는 소명을 담았다.
굳이 ‘창업’을 안 해도 의료 로봇은 개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이론 개발이나 기술 혁신에 안주하지 않고 실제로 쓰이는 장비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사람에겐 ‘기술은 만들었는 데 실용화된 게 얼마나 있느냐’ 하는 질문이 굉장한 부채감을 준다”며 “그렇다면 한 번 해보자 하고 뒤늦게 창업했다”고 털어놨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겐 “우리나라도 이 정도면 좋은 실패를 밑거름으로 받아줄 수 있는 큰 그릇이 돼 있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한 번 해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최재순 대표(A)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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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술하는 의사가 누구냐만 생각했지, 로봇은 누가 만들까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아산병원에서 최 대표처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사(교수)들이 더 있나.
A. 진료의사 말고 연구전담, 그중 의공학 분야는 17명이 있다. 병원 안에서 풀타임으로 개발하는 숫자로는 꽤 많다.
Q. 관상동맥 수술중 엑스레이 문제는 전혀 몰랐다.
A. 수술을 한 번 받는 환자는 괜찮다. 의사는 수술을 수백 건 하니까 다르다. 긴 시술을 하면 연간 허용된 방사선량의 1/3을 한 번에 다 받기도 한다.
Q. 보호장비는 없나.
A. 있지만 잘 안 쓰시더라. 납가운, 차폐막도 있는데 납 가운을 입으면 근골격계 질환도 오고 손의 감각이라든지 시술에 최적 환경이 안 된다. 때문에 의료진 방사능 피폭이 심각하다. 간단하게 4m만 떨어지면 방사능량이 거의 0으로 줄어든다. 팔 길이가 4m는 안 되지않나. 그래서 로봇이 필요하다.
Q. 이 로봇을 쓸 수 있는 관상동맥 수술이 국내외에 얼마나 자주 있나.
A. 스텐트 넣거나 혈관 확장하는 걸 합쳐서 국내에 연간 8만건 중재시술을 한다. 미국은 연간 100만 건, 중국도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그 정도로 추정된다. 일본 30만건, 유럽까지 하면 전세계에서 연간 수백만건의 중재술이 이뤄진다. 우리 로봇이 그 중 상당 부분 역할을 할 걸로 기대한다.
Q. 사용범위 확장 가능성은.
A. 시작은 심혈관(관상동맥)으로 했는데 향후 뇌혈관 시술로 확장하려고 한다.
Q. 의료로봇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것같다.
A. 해외에서 모 수술로봇 기술을 검증해달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다. 현지 의사가 먼저 시연하는데 너무 능숙하더라. 그후 우리측이 직접 만져보니 엄청 무거웠다. 알고보니 시연자는 ‘숙달된 조교’였다. 의료기기를 한 사람들이 기술은 만들었는데 실용화된 게 많이 없다는 것에 항상 부채감을 가진다. 그래서 뒤늦게 회사를 열었다.
Q. 그렇다면 LN로보틱스 제품의 강점은.
A. 의사가 보다 정확하게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햅틱 기술 면에서는 우리가 제일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Q.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해 줄 말은.
A. 우리나라도 굉장히 좋은 제도와 자본이 있다. 물론 미국처럼 엄청난 돈이 오가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좋은 실패를 밑거름으로 용인하는 큰 그릇이 돼 있다. 겁내지 말고 좋은 경험으로 해보기를 바란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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