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카드사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고금리로 카드대금이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서 순이익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올 연말은 물론 내년까지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주요 5개 카드사의 3분기말 평균 연체율(30일 이상 연체된 채권 비율)이 1.34%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0.81% 대비 0.5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분기말 1.27%과 견주면 0.07%포인트 올랐다.
이중 하나카드의 3분기말 기준 연체율이 1.66%로 가장 높았다. 전분기말 1.48% 대비 0.1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1.16%→1.36%)와 KB국민카드(1.16%→1.22%)의 연체율도 각각 0.2%포인트, 0.06%포인트 올랐다.
삼성카드는 1.1%로 변동이 없었다. 신한카드의 3분기말 연체율은 1.35%로 전분기 1.43% 대비 0.07%포인트 내려갔다. 다만 연체 선행지표인 2개월 연체 전이율이 2분기말 0.38%에서 3분기말 0.40%로 소폭 올라 향후 연체율 상승 여지를 남겼다.
먼저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대부분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롯데·현대카드 등 나머지 카드사들의 숫자까지 모두 공개될 경우 평균 연체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연체율 수준을 2%로 본다.
고금리에 장기카드대출(카드론)과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평균 금리가 18%를 육박하고 있다. 카드사 연체율 상승은 이런 카드대출을 못 갚는 저소득증이나 저신용층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주로 은행에서 대출 한도가 꽉 찼거나 신용도가 낮은 다중채무자들이 카드빚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기 침체 등 외부 환경도 나빠지면서 카드대출 부실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각 카드사들은 수천억원대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한 돈)을 쌓고 있다.
일례로 신한카드의 올 3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662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1823억원 대비 46%, 전년 동기 1106억원 대비 141% 급증했다.
카드사 3Q 순익 전년비 10% ‘뚝’
이에 따라 각 카드사 순이익에도 먹구름이 꼈다. 주요 5개 카드사의 올해 3분기 순이익 합계는 4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5140억원과 견줘 10.1%(520억원) 감소했다. 직전인 올 2분기 4946억원 대비로도 6.6%(326억원) 줄었다.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41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411억원과 비교하면 18.6%(3241억원) 줄어든 수치다.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당기순이익이 22.2%(2721억원) 급감한 데 이어 3분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관련기사 : 금리·연체율에 시달리는 카드사…하반기도 ‘막막'(7월30일)
면면을 살펴보면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 3분기 152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전분기 1502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다만 3분기 누적으로는 전년 동기 5877억원 대비 20.2% 감소한 469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1395억원으로 직전인 1451억원과 비교해 3.9%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301억원으로 전년 동기 4565억원 대비 5.8% 줄었다. 다른 카드사들의 3분기 누적 순익이 20~30%대 빠진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한 편이다.▷관련기사 : 고금리에 경기악화…삼성카드 3분기 ‘제자리 걸음'(10월26일)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24억원, 1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7%, 23.1% 감소했다. 우리카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한 1180억원이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내년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저하될 것으로 평가했다.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산업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이자비용 상승이 여전사의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봤다.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했던 채권을 차환하는 과정에서 이자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AA-여전채 3년 금리는 2021년 1분기말 1.7%에서 올해 3분기말 5.0%까지 3배 가량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가 상환해야할 만기 채권 규모는 내년 28조원에 달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 악화는 경기 하강과 고금리 부담으로 누구나 예견한 부분”이라면서도 “올 4분기(10~12월)는 물론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