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64.09포인트 내린 2299.08로 장이 종료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한 해 상승세를 타며 2700선을 향해 내달렸던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내리막을 타며 연초 수준으로 복귀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격화 등 지정학적 불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점화 등 매크로 측면의 악재에 무릎을 꿇으면서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비슷한 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연초보다 현재의 코스피 지수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이 더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익 개선 전망이 이어졌던 연초와 달리 현실에선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7.74포인트(0.34%) 오른 2310.55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 2299.08포인트를 기록, 지난 1월 6월 2289.97포인트 이후 298일 만에 2300선이 붕괴,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첫 거래일 2225.67포인트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는 2667.07포인트로 ‘연고점’을 기록했던 8월 1일까지 7개월 만에 19.83%나 오르며 2700선 돌파는 물론 ‘삼천피(코스피 3000포인트)’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2299.08포인트)까지 불과 3개월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13.80%나 폭락하며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문제는 비슷한 수준의 주가 지수라도 코스피 상장사에 대한 순이익 수준과 향후 기대치가 연초 대비 현재 크게 줄어든 효과가 확연하다는 점이다. 이는 코스피 지수에 대한 주가수익비율(PER)로 명확히 나타난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PER은 17.24배에 달했다. 지난 1월 코스피가 마지막으로 2200선에 머물렀던 1월 6일(2289.97포인트) 코스피 PER은 11.02배와 비교하면 코스피 지수는 9.11포인트밖에 더 높지 않았지만, PER은 무려 6.22배나 높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인데, PER이 높아진다는 것은 EPS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업황 반등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반도체 기업의 실적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게임·콘텐츠 섹터 등도 연말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세 곳 이상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42곳의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한 달 전 전망치에 비해 1.12% 감소한 614조5950억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13%, 5.01% 줄어든 42조12억원, 28조2902억원이었다.
4분기 매출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줄어든 곳은 52.8%(133곳)로 늘어난 곳(71곳)보다 많았다.
구체적으로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경우 4분기 실적 기대치는 한 달 사이 매출은 0.1% 증가한 69조6248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4조4098억원), 순이익(4조8297억원)은 각각 21.6%, 35.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내놓은 12월 결산법인 ‘2023년 상반기 결산실적(개별 704개사, 연결 615개사)’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상반기 연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4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며 연말 부진을 예고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매크로 측면의 변수로 인해 코스피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직전 고점인 코스피 2450포인트를 회복하기 위해선 미국 2024년도 예산안 통과와 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금리 부담에 대한 경계 심리 확대도 코스피엔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8월 이후 40%가량 하락한 2차전지 시총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코스피엔 하방 리스크로 작용 중”이라며 “11월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는 2250~2450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비관론’도 상당한 수준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과 금리 수준 보면 코스피 2100~2200선 전후가 1차 저가 매수 지점이 될 가능성 높다. 금리 불안으로 인해 더 하락해 2150까지 밀릴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할인율을 결정하는 채권 금리가 최근 크게 높아진 만큼 이번 저점은 2003년 이후 12개월 선행 PBR 기준 0.83~0.86배 수준 형성됐던 것에서 더 낮을 수 있다”고 짚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0일 이격도(주가를 20일 이동평균선으로 나눈 값)가 95.4%까지 낮아졌는데, 여기서 더 낮은 92%까지 추가 조정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선행 PER,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BR) 등에 따른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긍정적이라는 점은 코스피 반등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9.85배, 선행 PBR과 확정 실적 기준 PBR은 각각 0.9배, 0.83배로 하락했다”며 “선행 PER은 최근 10년 평균치인 10.2배를 하회하고, 선행 PBR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제외할 경우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고 짚었다. 이어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위협받는 점은 역설적으로 추가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지나며 저점권에 근접했다는 판단하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줄 수 있는 트리거 포인트를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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