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내리막을 타며 연초 수준으로 복귀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격화 등 지정학적 불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점화 등 매크로 측면의 악재에 무릎을 꿇으면서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비슷한 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연초보다 현재의 코스피 지수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이 더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익 개선 전망이 이어졌던 연초와 달리 현실에선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26일 코스피 PER 17.24배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7.74포인트(0.34%) 오른 2310.55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 2299.08포인트를 기록, 지난 1월 6월 2289.97포인트 이후 298일 만에 2300선이 붕괴,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첫 거래일 2225.67포인트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는 2667.07포인트로 ‘연고점’을 기록했던 8월 1일까지 7개월 만에 19.83%나 오르며 2700선 돌파는 물론 ‘삼천피(코스피 3000포인트)’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2299.08포인트)까지 불과 3개월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13.80%나 폭락하며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문제는 비슷한 수준의 주가 지수라도 코스피 상장사에 대한 순이익 수준과 향후 기대치가 연초 대비 현재 크게 줄어든 효과가 확연하다는 점이다. 이는 코스피 지수에 대한 주가수익비율(PER)로 명확히 나타난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PER은 17.24배에 달했다. 지난 1월 코스피가 마지막으로 2200선에 머물렀던 1월 6일(2289.97포인트) 코스피 PER은 11.02배와 비교하면 코스피 지수는 9.11포인트밖에 더 높지 않았지만, PER은 무려 6.22배나 높았다.
▶상장사 매출·영업익·순익 전망치, 한 달 전比 1.12%·2.13%·5.01%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업황 반등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반도체 기업의 실적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게임·콘텐츠 섹터 등도 연말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세 곳 이상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42곳의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한 달 전 전망치에 비해 1.12% 감소한 614조5950억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13%, 5.01% 줄어든 42조12억원, 28조2902억원이었다.
4분기 매출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줄어든 곳은 52.8%(133곳)로 늘어난 곳(71곳)보다 많았다. 구체적으로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경우 4분기 실적 기대치는 한 달 사이 매출은 0.1% 증가한 69조6248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4조4098억원), 순이익(4조8297억원)은 각각 21.6%, 35.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내놓은 12월 결산법인 ‘2023년 상반기 결산실적(개별 704개사, 연결 615개사)’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상반기 연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4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며 연말 부진을 예고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매크로 측면의 변수로 인해 코스피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직전 고점인 코스피 2450포인트를 회복하기 위해선 미국 2024년도 예산안 통과와 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금리 부담에 대한 경계 심리 확대도 코스피엔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비관론’도 상당하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과 금리 수준 보면 코스피 2100~2200선 전후가 1차 저가 매수 지점이 될 가능성 높다. 금리 불안으로 인해 더 하락해 2150까지 밀릴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할인율을 결정하는 채권 금리가 최근 크게 높아진 만큼 이번 저점은 2003년 이후 12개월 선행 PBR 기준 0.83~0.86배 수준 형성됐던 것에서 더 낮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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