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식 석상에서 대면했다. 1년 반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으나, 민생 안정을 놓고 공감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 이 대표와 대면했다. 시정연설에 앞선 사전 환담을 위해 김 의장과 함께 환담장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보고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며 악수를 건네면서 짧게 인사를 나눴다. 이 대표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후 별도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표가)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려우니 정부 부처는 이런 점에 좀 더 신경 쓰며 정책을 집행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6개월간 야당 대표를 공식적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이 대표와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마주쳐 스치듯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다.
앞서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윤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식 후 당무에 복귀한 첫날인 지난 23일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여야정 3자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만남은 사전 환담으로 윤 대통령과 마주 앉게 됐지만 5부 요인과 함께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제안한 공식 회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반목하던 두 사람이 ‘민생 해결’이라는 공감대 속에 오랜만에 대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민생 해결’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사이에서도 화두였다.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 주신 의장님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한 뒤, “여야, 정부가 함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어려운 민생을 저희가 해결하고 여러 가지 신속하게 조치해야 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장은 “제가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님과 여야 당 대표님, 원내대표님, 그리고 5부 요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처음인 것 같다. 오늘 이 만남을 많은 언론이,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문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국정 방향과 예산안에 관한 설명을 오늘 드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정부에서도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언제든 요청하시는 자료와 설명을 아주 성실하게 잘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우리 국회는 예산처리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고 그 후과가 아주 혹독했다”며 “내년도 예산만큼은 적재적소, 적기에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올해 예산 심사와 관련해서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역할이 제가 보기에는 중요한 것 같다”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여당이 내년 예산을 편성한 정부에 대해서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대통령과 국회를 연결하는 아주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 주셔야만 예산안이 충실하게, 그리고 적기에 정리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환담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5부 요인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및 윤재옥 원내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우택·김영주 국회부의장,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이관섭 국정기획·김은혜 홍보·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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