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1.83%’ 성적표
“존재이유” 만들겠다며 녹색당과 연합
한다지만…얼만큼의 국민이 지지할까
1년여 전 사라진 국민의당 전철 밟을라
지난 21일 정의당은 노회찬 전 대표의 묘역을 찾아 창당 당시의 정신을 돌아보고, 당의 존재의 이유를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단 1.83%란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고 난 뒤의 행보다. 대통령이 철 지난 색깔론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민생을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에 제1야당으로서 자격이 없다던 ‘소구 포인트’는 보궐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창당 후 최대 위기라지만, 곧 이어진 정의당의 조치는 반성이나 자성과 같은 성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보궐선거 패배 직후 ‘정의당이 내걸었던 시대정신이 깨졌다’는 평가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깨진 조각을 봉합하거나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다음 수순으론 가지 못한 듯 보인다.
정의당이 내년 총선에서 의석 확보를 위해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꾸린다고 한다. 정의당 지도부가 내거는 당의 미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적 노력’이라는 것이 최우선이 됐다. 정의당이 환골탈태를 하며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정당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불평등, 지역소멸의 해소라는 과제의 해결도 수반한다.
이렇듯 당이 새롭게 내건 기치는 당의 스펙트럼을 더욱 좁힐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정가에는 기후정의당, 녹색정의당이라는 이름도 새로운 당명의 물망에 오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대로 간다면 실제로 ‘기후’와 ‘녹색’이라는 이름이 포함된 정당명이 탄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기에서 하나의 의구심이 생긴다. ‘기후정치’를 내건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을 얼마만큼의 국민이 선택하겠느냐는 점이다. 이 같은 질문에 자문자답이나마 거쳤는지, 정말로 숙고한 것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이 때문일까. 당내에서도 이같은 방향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엔 각기 다른 노선을 지향하는 세력이 있어 ‘분열’의 목소리 또한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당 지도부가 녹색당과 연합 추진을 선언해버린 터라, 지도부의 사퇴가 있지 않은 이상 정의당이 제3지대 빅텐트의 향방을 결정하고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낮아졌다.
이 같은 양상은 그동안 거대 양당 사이에서 ‘대안 세력’으로서 정의당을 지지해왔던 이들의 갈 곳을 잃어버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 참여민주주의와 시민 중심의 정당을 외치는 더불어민주당이 있지만, 그렇다면 정의당의 ‘정의’는 대체 무엇인지가 더욱 모호지고 있다. 설상가상 진보정당의 대표 이미지마저 원내 1석이 전부인 진보당에게 위협을 받고 있지 않은가.
원내 정당의 소멸은 별반 머지 않은 때에 있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대안정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국민의당(2020년 창당)은 지난해 5월 국민의힘에 흡수통합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때문일까. 정의당은 최근 ‘사즉생의 각오’란 키워드도 함께 소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죽으려 하면 살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당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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