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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시계 제로, 대한항공 조원태 메가캐리어 꿈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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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유럽연합이 정해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관련 시정조치안 제출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 동의여부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해 이를 전제로 한 시정조치안 제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밀어붙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안개속에 빠졌다. 31일 대한항공은 시정조치안 제출 기한 연장을 두고 유럽연합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초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에 동의할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논의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들이 화물사업 매각에 동의했다가 향후 배임 등으로 추궁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은 항공화물 시장점유율 20%대를 기록하며 대한항공과 나란히 국내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부진했지만 전체 매출의 21.1%를 차지하는 등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도 필수다. 화물사업 매각에 따른 사업축소가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직원들의 우려도 이사회가 판단을 망설이는 이유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임원 및 노동조합 간담회를 통해 해당사안을 논의해왔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인수합병 확정이 지연되는데 따른 피로감과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한항공의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노조 및 전임 사장단들이 각각 대한항공의 인수합병 반대 성명을 내며 이런 분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원태 회장은 인수합병 이후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그동안 수차례 피력했으나 장거리 노선 슬롯 양도, 화물사업 매각추진 등의 소식이 보도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11월 초 화물사업 매각 논의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문제는 시정조치안 제출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10월 말까지 유럽연합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의 양해를 구해 시정조치안의 제출 일정을 연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동의를 담지 못한 채로 시정조치안을 제출한다면 유럽연합이 기업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유럽연합이 기한연장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과 유럽연합은 이미 시정조치안 마련을 위해 심사기한을 3번이나 연장한 바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불투명해지면서 조 회장은 코너에 몰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조 회장에게 많은 것이 걸린 일이다. 대한항공이 세계 7위 규모의 거대 항공사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아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밑작업이기도 하다. KDB산업은행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하며 조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있다. 해당 지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전제로 취득한 지분으로 인수합병이 무산된다면 KDB산업은행이 보유할 명분이 사라진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18.74%다. 우호세력인 델타항공(14.90%)과 KDB산업은행(10.58%)의 지지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호반건설이 16일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5.85%를 매입해 지분율을 17.45%로 늘린 것은 조 회장의 지배력에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새로운 주인 찾기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도 기약없이 미뤄지게 된다. 이에 따른 책임공방이 벌어진다면 조 회장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조원태 회장에게 많은 게 걸린 일이다. 대한항공의 세계 7위 항공사 도약은 물론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동이 올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동종기업 간 인수합병이라는 점을 들어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KDB산업은행과 조 회장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다. 인수합병이 결정될 당시 KDB산업은행은 ‘제2의 한진해운’이라는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부채 12조 원의 아시아나항공을 맡아줄 사람이,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 속에서 우호세력이 각각 필요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 국가에서 조건부 승인을 얻는 등 순항하다가 5월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 반대 기류가 형성됐다. 미국에서는 법무부가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검토하다는 보도가 나왔고 유럽연합 경쟁당국은 기업결합 심사 중간보고서를 통해 인수합병 이후 발생할 독과점을 우려했다. 조 회장은 당시까지만 해도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미국으로 건너가 법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정조치안 제출 관련해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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