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침공을 받아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자, 아랍계 미국인의 반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 전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지난 23~27일 아랍계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7.4%만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했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0%로 바이든 대통령을 22.6%포인트 앞섰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13.7%, 무소속 코넬 웨스트 후보는 3.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모르겠다’는 응답도 25.1%나 됐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율은 2020년만 해도 59%에 달했다. 3년 만에 지지율이 42%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같은 기간 5%포인트 늘어났고, 제3 후보에 대한 지지 역시 13%포인트 상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에서 이탈한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보다는 주로 제3 후보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정당별 지지율도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이 크게 하락했다. 정당 정체성으로 민주당을 꼽은 응답자들은 23%로 지난 4월 조사 때보다 17%포인트 줄었다. 1996년부터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당 정체성으로 공화당을 꼽은 응답자는 32%, 무소속은 31%로 집계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도 박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현재 폭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 평가에는 전체 응답자의 67%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응답자도 68%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추진하는 등 이란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미 백악관은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일시적 교전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27일부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 작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금은 일반적 의미의 휴전을 할 때가 아니”라면서도 “인도적 일시 교전 중단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의 정식 휴전에는 반대하지만,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위해 교전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백악관이 의회에 요청한 우크라이나·이스라엘 패키지 지원안과 관련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스라엘 지원안만 별도 처리하려는 데 대해 “국가안보를 갖고 정치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의 핵심적인 국가적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의 이스라엘 지원 분리 처리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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