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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불법 쪼개기 후원’…”정치자금법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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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근 ‘쪼개기 후원’ 의혹이 불거진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를 압수수색하면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상 기업이나 이익단체는 원천적으로 정치자금 후원이 금지되고 있으나, 소액의 경우 익명 후원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불법 후원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쪼개기 후원은 적발이 쉽지 않은데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치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치협회장 박모씨 등은 수차례에 걸쳐 협회 공금을 인출하고 본인과 협회 임원들의 명의로 국회의원 16명에게 후원금을 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후원을 위한 횡령액을 1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치협 내부 문서, 회계 관련 기록,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며, 조만간 관계자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불법 쪼개기 후원으로 본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개인 자격으로도 대통령 후보자·대통령 선거 경선후보자 후원회에는 각각 1000만원, 국회의원 및 후보자·당 대표자 경선 후보자·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의 후원회에는 각각 5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다만 1회 10만원 이하, 연간 120만원 이하의 후원금의 경우 익명 처리가 가능하다.

쪼개기 후원은 이러한 익명 후원을 이용해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이 임직원 본인, 다른 직원, 가족, 지인 등 명의로 국회의원에게 소액을 다수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적발 사례도 많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전직 간부 A씨와 B씨는 지난 9월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700만원,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폐지된 시공참여자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2016년 20대 총선 전후 국회의원들에게 가족과 지인 명의로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도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구 전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해 되파는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 3억3790만원을 전·현직 임원 9명과 함께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쪼개기 후원 적발은 쉽지 않다. 익명으로 후원이 이뤄져 해당 기업이나 단체의 내부 고발이 없으면 정황 파악조차 어렵다. 후원받은 정치인은 소액의 경우 누가 후원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수사기관 또한 해당 의원이 사전에 기업·단체에서 후원한 것을 인지했는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부터 문제가 많이 됐던 행태인데, 내부 제보가 있지 않은 한 불법성 입증이 어렵다”며 “개인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할 경우 검찰 송치도 어렵다”고 말했다.

쪼개기 후원을 근절하고 투명한 정치자금 후원이 이뤄지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쪼개기 후원은 내부 제보가 아니면 알려지기 쉽지 않은 만큼 공익 제보자를 제대로 보호해 신고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후원금을 주고받은 사람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져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겠지만, 투명한 후원이 이뤄지려면 전체 후원 명단을 공개하고 후원금 익명 처리 기준을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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