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대상 단지, 1년새 12곳 들어
인당 부담금 7.7억원 이르는 단지도
전매제한 풀렸지만, 실거주 그대로 살아있어
분양권 풀려도 거래는 ‘미미’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재건축 마지막 대못으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실거주 의무에 가로막혀 성과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 법안소위에 재초환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상승한 집값 등 개발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환수한 개발이익은 서민 주거복지에 활용된다. 재건축 종료 시점의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재초환법 개정안은 부담금이 면제되는 금액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구간 단위를 기존 3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 장기보유 1주택자는 주택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보유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추가 감면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안전진단,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재초환 등 일명 ‘재건축 3대 대못’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과 분상제가 완화되는 동안 재초환은 여야 이견으로 국회에 1년 가까이 계류돼 있다.
문제는 그동안 집값이 오르고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도 급증했단 점이다. 재초환 대상 단지는 더 늘어 이제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방까지 확대되는 실정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서울시내 40개 재건축조합에 통보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은 2조581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28개 단지, 1조5022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12개 단지, 1조800억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1인당 부담금이 가장 많은 단지는 7억7700만원인 곳도 있었다.
여야 이견 여전해, 연내 법 통과 ‘불투명’
내년 총선 앞두고 ‘미온적’…시장 혼란 계속
재초환 부담이 커지면서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개인 분담금 부담이 커질수록 사업 추진에 따른 부담도 덩달아 늘어서다. 국회에선 여야 모두 부담금 감면에는 이견이 없지만 부담금 면제기준 상향과 부과구간 확대 등 세부방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초환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서 서울시도 나서서 재초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국토위 국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초환법 개정을 호소하며 “서울시민들의 부담이 줄길 바란다”며 “법 개정을 위해 시가 적극 요청드린 바 있고 현재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아는데 (법 개정을 위해)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초환과 함께 시장 공급 확대를 저해하는 규제로 꼽히는 것이 ‘실거주 의무’다. 정부는 올 초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며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4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전매제한을 완화하며 최대 10년에 이르던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은 1~3년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패키지로 취급되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국회에 반년 넘게 잠들어 있는 탓에 이렇다 할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야당에서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를 다시 자극시킬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2월이면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등 주요 단지의 분양권이 시장에 풀릴 예정이지만, 실거주 의무가 그대로 살아있어 매매는 물론 전세로 돌릴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이달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다뤄져야 한다고 내다본다. 올해를 넘기면 총선 이슈와 맞물려 속도감 있는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단 견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연말까지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안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며 “올해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내년에는 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정치의 계절로 가는데 총선을 앞두고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국회의원들이 의견이 상충하는 현안들을 놓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전향적으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나마 실거주 의무는 진입하려는 수요자들이 진입이 안 되는 문제가 있지만,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재편되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정쟁도 좋고 밥그릇 싸움도 좋지만, 민생법안만큼은 여야가 합심해서 빨리 처리해야 했는데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은 재건축, 재개발을 통하지 않으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데 재초환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조합은 무한정 사업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주택 공급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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