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컴백
정제되지 않은 음악과 퍼포먼스로 특이하고,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특출한 실력을 가졌다. 그래서 가요계에서 특별한 평가를 받고 있는 스트레이 키즈. 2018년 데뷔 음반 판매량 8만 6576장으로 시작해 지난 앨범 ‘특’으로 초동 461만 7499장을 팔아치우며 몸값이 수직 상승 중이다.
나아가는 길목 앞자리에 누구도 세워줄 생각 없이 뻗어가는 스트레이 키즈 안에서 멤버 한은 랩, 보컬, 퍼포먼스, 프로듀싱 능력까지 가진 육각형 멤버다.
스트레이 키즈 한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엠넷 ‘킹덤: 레전더리 워’ 경연에서 비투비의 ‘기도’를 재해석 했을 때다. 랩을 담당하는 멤버가 보컬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비투비의 노래까지 완벽하게 부르며 영역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MBC ‘복면가왕’, 유튜브 ‘리무진서비스’에 홀로 출연해 최상의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유심히 살펴본 한의 무대 위 활약은 랩과 노래를 쉴 새 없이 라이브로 소화하며 그야말로 올라운더 플레이어였다.
특히 한의 개인적인 정체성은 스트레이 키즈의 반대편에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거침없는 날 것의 음악 안에서 ‘서정’을 담당하며 그룹의 중심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었다.
그의 서정성은 솔로곡과 그가 작사한 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한 한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보지 못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외로움과 아쉬움을 느꼈고, 그 정서에서 꽃 핀 노래가 솔로곡 ‘에일리언’이다.
자신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라고 설정해, 지구인과 섞이려고 들지만 결국 닿지 못하는 공허함을 담는 동시에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가면서 스스로 다독일 줄 아는 자신의 성장을 노래에 기록했다. 마음이 고단했던 시절에 성냥을 그어 앞날의 불을 밝힘으로써 완성된 곡이다.
‘클로즈’는 영화 ‘클로저’의 첫 장면에서 영감 받은 곡으로 부드러운 멜로디 랩으로 곡을 구성해, 낯선 사람에게 이끌림과 설렘을 느끼게 된 감정, ‘위시 유 백’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본 후, 영화 속 해피엔딩 대신 그리워하는 모습을 상상해 미학적으로 그려냈다. 한과 함께 작업을 한 작곡가 chAN’s는 “멜로디 라인과 가사를 쓰는 감각이 뛰어나다. 가사에 비유적인 표현이 많고, 생각을 많이 해야만 나올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있다. 감성적인 것과 강렬한 곡 모두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다. 노력하는 천재”라고 칭찬했다.
이외에도 ‘런’, ‘해피’ 등 솔로곡을 포함 ‘일상’, ‘선샤인’, ‘슬럼프’,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한이 작업 참여한 노래에서 그의 성정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 곡 외에도 스트레이 키즈 자체 콘텐츠를 살펴보면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또래 2000년생의 솔직한 청년의 모습 등이 다채롭게 담겨있다.
한의 성장 서사를 살펴보면서 에두아르도 멘도사 작가의 ‘구르브 연락 없다’가 떠올랐다. 지구에 온 외계인이 연락이 두절 된 친구 구르브를 찾아 나서는 ‘외계인 일기’같은 SF 고전 소설로, 혼자 남은 주인공이 구르브를 찾기 위해 나서는 과정을 이방인에 대한 고찰로 녹여냈다. 구르브는, 한의 이상향일 수도,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일 수도, 팬덤 스테이 일 수도 있겠다. 이 모험에 특별한 준비물은 필요 없다. 그가 보여줄 활약을 그저 즐기면 된다. 그의 경험과 사유를 노래로 계속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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