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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영천사건’ 일부 희생자 진실규명 보류…내부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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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을 계기로 내부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활동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갈등이 표출되면서 다른 사건의 진실규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일 진실화해위 등에 따르면 전날 진실화해위는 제65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영천사건 희생자 21명 가운데 15명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피해보상 조처를 권고했다. 다만 6명에 대해선 진실규명 보류 결정을 내렸다. 희생자 6명은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영천사건은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후 경북 영천에서 보도연맹원과 요시찰 대상자 600여명이 좌익세력에 협조할 우려가 있다며 별도 재판 과정 없이 군경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다. 지난달 13일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적대세력이 가담해 방화,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는 당시 상황에서 즉결 처분이 가능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주목받기도 했다.

논의 과정에서 진실화해위 내 위원들 간 갈등이 격화됐다. 처음에 김 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추천 위원 5명은 희생자 6명에 대해 진실규명 ‘불능’ 의견을 내놓았지만 야당 추천 위원의 반발이 심해지자 보류 의견으로 수정했다. 그럼에도 야당 추천 위원 3명은 보류에 반대했고 표결 직후 항의의 의미로 전원위원회에서 퇴장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진실화해법)에 따르면 재적위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사안의 의결이 가능하다.

여당 추천 위원은 진실규명 보류된 6명의 경우 기록상 좌익활동으로 국민의 생명, 재산 등에 막대한 피해를 줬기에 국가폭력 희생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1979년과 1981년 각각 경찰이 작성한 ‘대공인적위해자 조사표’ ‘신원기록편람’에 이 6명이 살해 또는 방화 등을 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여당 추천 위원인 이옥남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6명 모두 경찰 기록에서 과거 좌익활동을 하는 동시에 우리 측 국민을 살인했다는 내용을 발견했다”며 “참고인 진술 등도 불명확한 점을 종합해서 내린 판단이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은 당시 경찰 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기록은 사건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 작성됐고 애초에 경찰의 과오를 덮기 위해 만들어진 문건이라는 것이다. 야당 추천 위원인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당시 작성된 기록 자체가 영천 사건 유가족을 사찰하기 위한 근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진실화해위라는 국가기관이 신뢰할 수 없는 기록으로 재판 없이 국가폭력을 당한 희생자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진실화해위 내 갈등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5월 진실화해위가 베트남 하미마을 학살 사건의 조사 개시에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여야 추천 위원 간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여당 추천 위원 4명이 각하에 찬성하고 야당 추천 위원 3명이 반대했는데 이는 2기 진실화해위의 조사개시 결정 이후 첫 표결 사례다. 각하 결정 이후 진행된 조사개시 2주기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훈 위원이 “과거사 문제 꺼리는 현 정부 기류가 각하 결정에 영향 미쳤다”고 비판하자 김 위원장은 “해외에서 외국인에 자행된 전쟁범죄는 진실화해법의 조사범위 밖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운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진실화해위 2023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2만146건이 접수됐으나 처리한 사건은 7330건으로 처리율은 36.4%에 그친다. 진실화해위 활동기간은 내년 5월26일 만료된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조사와 관련해 진실화해위는 인력 부족을 겪는 상황”이라며 “격화되는 갈등은 조사를 진행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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