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체할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이번엔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이번 주에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 6~8월 6000명(국민 1200명, 노사 4800명)을 대상으로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제도 보완 방향이 공개해 국민 반응을 떠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가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로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 개편안이 시행되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다고 정부는 홍보했지만, 여론은 콧방귀를 뀌었다.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몰아서 일했으니 몰아서 쉬라는 기업이 한국에 있겠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 “근로시간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주 최대 60시간 미만’으로 근로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상한선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윤 대통령 개인 생각일 뿐 근로시간 개편의 상한선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을 반박이라도 하는 듯한 언급을 내놓은 것.
문제는 윤 대통령이 “상한을 정해야 한다”며 다시 뒤집고 나섰다는 점이다. 여론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조차 정책 메시지를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돼 개편안은 보류 수순을 밟았다.
‘아픈 손가락’일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정부가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기업이 원해서다. 특정 시기에 일감이나 주문이 몰리는 산업 분야에선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게 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이 변경되길 바란다. 노동계 안팎에선 주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 미만으로 낮추는 쪽으로 새 개편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현재 사회 분위기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MZ세대에 특히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안 그래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일 정도로 낮은데 정부가 되레 출산과 양육을 훼방하는 정책을 내놨다는 반응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여론은 근로시간 상향을 고까워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 의뢰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일주일 최대 노동시간 상한을 새로 정한다면 몇 시간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7%가 ‘48시간 이하’, 34.5%가 현재와 같은 ‘52시간’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81.2%가 근로시간 연장에 반대 의견을 낸 셈이다. 국민 상당수는 지금 근무제와 견줘 되레 근로시간이 줄어들길 바라는 셈이다.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만큼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다간 정치적인 역풍이 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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