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정지영
- 출연
-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 개봉
- 2023.11.01.
감독 |
정지영 |
출연 |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
장르 |
드라마, 범죄 |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24분 |
네티즌 평점 |
7.50 |
https://tv.naver.com/v/41443631
기다리던 영화<소년들>이 개봉했다. 시사회 평이 괜찮았고 점수 짜게 주기로 유명한 박평식 평론가님은 ‘복종이 양심을 죽일 때’라고 평하며 6점을 주셨다. 손익분기점은 170만 명으로 알려져 있고 요즘 한국 영화 추세로 보면 손익분기점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영화였다. 영화는<부러진 화살><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님의 묵직한 연출과 배우분들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몰입해서 봤고 2000년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사실에 개탄스럽기도 했다.
영화는 1999년 2월 6일 발생한 삼례 나라 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설경구 배우님이 맡은 역할은 또 하나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었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황상만 반장님을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다. 감독님은 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황반장님을 빌려온 것이다.
유퀴즈에 황반장님이 나오는 걸 봤는데 진범을 잡았지만 공로는 커녕 보복성 좌천으로 지구대로 가야 했다. 실제로 술을 엄청 먹어서 병을 얻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황반장님이 극을 끌고 가고 실제 사건에서는 피해자였던 최성자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 편집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래는 시간순이었으나 조금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건이 있던 1999년과 무죄를 밝혀나가는 2016년을 교차편집을 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나는 괜찮게 봤는데 이 교차방식이 별로였다는 평도 보이고 평점은 조금씩 떨어지는중이다.
당시 사건 담당이었던 완주 경찰서에서는 폭력으로 범인을 만들었다. 승진을 위한 졸속 수사였다. 범인으로 몰려 살인 누명을 쓴 3인조 중 두 명은 지적장애가 있어서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피해자였던 최성자씨는 사건 당시 범인의 목소리를 잊은 적이 없다. 경상도 사투리의 낮고 가는 목소리였다. 완주경찰서에서 체포했다는 3인조는 가짜였다. 후에 경찰이 범인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최성자씨는 괴로웠다.
사건이 발생하고 약 1년 뒤 부산지검에서 진범을 잡게 된다. 부산지검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수사관은 수사하면서 녹음한 목소리를 최성자씨에게 들려줬는데 진짜 범인이었다. 최성자씨는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교도소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에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최성자씨는 경찰의 수사 기록을 입수해 읽어봤다고 한다. 형사들은 최씨의 말을 그대로 복사해 3인조가 한 진술처럼 붙여넣기 했다.
웃기는 건 당시 집에 있던 현금 45만 원 모두 강도들이 가져간 줄 알고 45만 원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가 며칠 뒤에 남편 옷에 현금 30만 원이 그대로 있었던 걸 알게 된다. 그러니깐 없어진 돈은 10만 원 정도인데 경찰은 그걸 모르니깐 최씨가 말한 그대로 붙여넣기를 했고 가짜 3인조는 45만 원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완전 끼워맞추기 수사를 한 것이다.
사건은 이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음에도 이미 승진까지 한 경찰들과 사건 담당 검사가 좋아할리가 없었다.
최성자씨는 부산지검이 수사했던 진범 3인조의 수사 기록도 확보해 읽어봤다. 그들의 진실은 사건 정황과 일치했다. 삼례 가짜 3인조는 문이 잠겨 있어서 담을 넘어 집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고장 난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그 또한 완주 경찰서 형사들이 조작한 것이었다.
최성자씨는 억울한 가짜 3인조를 돕기로 한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살인범으로 잡힌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니 기가 막힌 상황이다. 최성자씨는 죄를 지은 사람에게 그 합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시고 죄가 없는 사람은 빛을 보게 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최씨의 애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BS 스페셜에도 나왔었는데 재심 신청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도 함께였다.
삼례 가짜 3인조는 교도소에서 길게는 5년 6개월, 짧게는 3년 6개월씩 살고 나왔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강도치사 사건의 범죄자로 낙인찍혀 있었고 사건 발생 1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누명을 벗지 못했다.
놀랍게도 이 사건은 부산지검에서 전주지검으로 넘어가도록 검사장이 지시 내렸고, 사건이 전주지검에 도착하니 가짜 3인조를 기소했던 무서운 최검사가 다시 사건을 맡았단다. 일부러 그랬겠지만 최악의 결정이었고 가짜 3인조와 진범 3인조는 마주 보고 앉았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그들은 경찰과 검사의 압박에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그때 진범 중 한 명은 가짜 범인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경찰들이 증거도 없이 폭력으로 범인을 만든 사건이었고 경찰의 조작은 허점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형사들은 가짜 3인조에게 알리바이가 있는데도 들어주지 않았고 검사는 판사에게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내려 달라고 말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 검찰, 법원에서는 그들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라는 말로도 부족한 한국 사회의 밑바닥 인생이었다.
완주 경찰서는 특별한 단서나 제보 없이 이들을 범인으로 조작했다. 부모는 아들을 도울 수 없는 처지였고 없는 집 자식들인 삼례 3인조는 변호인의 조력 없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거침없이 범인을 조작했고 그만큼 허점 많은 수사 기록을 남겼다. 무죄의 증거는 덮었고 진범은 죄가 없다고 풀어준 경찰과 검사 공권력의 횡포였다. 박준영 변호사는 사법시스템 중 하나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 말했다.
한글을 쓸 줄 모르는 지적장애인의 자필 진술서가 존재하고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3인조의 진술도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진짜 범인들도 죄책감이 컸던지 실제로 한 명은 죄책감에 목숨을 끊었고 한 명은 재심 때 용기 내서 증인으로 섰다. 진범이 증인으로 서는 게 무죄 확정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가짜 살인범을 만들어낸 경찰들은 승진을 했고 무죄 선고를 받은 후에도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사건을 조작한 경찰과 검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2015년에 경찰 서장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사건 담당 검사는 우리나라 최고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영화 끝에도 나오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가짜 3인조가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다” 할 때 눈물이 났다. 무죄 선고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를 보며 역시 죄를 짓고는 못 산다는 것을 느꼈는데 뻔뻔한 사람들은 죄책감도 없이 잘 사는 거 같아서 마음 아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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