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지만 관련 기술을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투자는 주요국의 1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전체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 비중은 4.9%로 주요국 중 가장 적었다. 관련 규제도 많아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 100곳 중 34곳은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일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담은 ‘2023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를 맡은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국내 기후테크 시장을 참여자, 투자, 규제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모든 부분에서 해외보다 부진했다”며 “탄소중립을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후테크 투자금액은 1조520억으로 미국, 중국, 영국 등 상위 10개국 평균 7조9280억원 대비 13.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당 평균 투자규모도 45억원으로 주요국의 26.3%에 불과했다. 투자금이 적은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정부 인센티브 부족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 유동성이 크고 정부도 육성 의지가 부족해 투자규모가 커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내년도 정부 기후대응 예산은 올해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기후대응 사업 458개 중 329개 예산이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중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중립 핵심기술 개발사업은 올해 1055억원에서 내년 412억원으로 절반 이상 삭감됐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숫자도 주요국보다 적었다. 국내 스타트업 7365곳을 분석한 결과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362곳으로 4.9%에 그쳤다. 스타트업 1곳당 평균 투자규모가 비슷했던 인도, 호주 등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비중이 전체 10%가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중국, 스웨덴의 경우에는 이미 기후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만 45개, 19개, 9개에 달했다.
규제 환경도 시장과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0개 기후테크 기업 중 34곳은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기업의 경우 국내에선 통계청 산업코드 등이 없어 폐기물 관리업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폐기물 관리 기업들이 입주 쿼터를 채운 국가산업단지에는 입주할 수 없는 상태다. 세포배양육, 재생에너지, SMR(소형모듈식 핵원자로) 기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규제와 무관한 기업은 40곳에 그쳤다.
보고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순환경제 강화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유럽연합이 그린딜 산업계획으로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금 및 보조금을 조성한 것처럼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후테크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 실증 지원이나 조달시장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기존 규제 관리·수립 체계를 개선해 기후테크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는 “기후테크 투자가 몰리고 유니콘이 나오는 방법은 두 가지”라며 “정부가 기후테크에 이만한 시장이 열릴 것이고 우리가 이걸 사서 규모를 뒷바침하겠다는 시그널, 기후테크의 가격경쟁력을 맞춰줄 수 있는 세제·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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