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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대화방 그저 참여만?”…대법, 다운 안하면 소지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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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김현정 디자인기자)
/사진=머니투데이(김현정 디자인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2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 소지)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 유죄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싱가포르 소재 주거지 등지에서 휴대폰, 노트북 등을 이용해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로 활동했습니다. A씨는 성인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 아동·청소년이 성교행위를 하거나 신체를 드러내는 영상 등을 직접 올렸고 이를 다른 사람이 내려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113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저장된 채널의 링크를 게시하기도 했는데요. 

또 다른 사람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 7개에 접속해 사진과 영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대화방에는 480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게시돼 있었습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이 같은 행위가 모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와 소지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검찰에서 기소한 대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 성폭력 특례법 위반,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아동·청소년 보호법 위반, 성착취물 소지 등 아동·청소년 보호법 위반, 음란물 유포 등 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겁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만 2심은 A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만 징역 5년 6개월로 낮췄습니다.

2심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상의 ‘소지’는 구체적으로 성착취물을 사실상의 점유 또는 지배 하에 두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성착취물을 보관·유포·공유할 수 있는 상태”라며 “언제든 접근할 수 있으며 성착취물을 지배할 의도가 있었음이 인정된다면 소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아동성착취물 소지로 볼 수 있다고 본 건데요.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스1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게시된 채널·대화방에 접속했더라도 이를 전달하거나 내려받지 않았다면 ‘소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A씨의 아동성착취물 소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에서 정한 ‘소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A씨가 가입한 7개 텔레그램 채널과 대화방은 성명불상자가 개설·운영했을 뿐 피고인이 지배하는 채널이나 대화방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7개 채널과 대화방에 접속했지만 그곳에 게시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등에 전달하거나 자신의 저장매체에 내려받는 등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는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아동성착취물 배포에 대한 판단은 하급심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A씨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포함된 다른 채널의 링크를 게시한 것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A씨가 링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별다른 제한 없이 접할 수 있게 했으므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했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성착취물이 저장된 다른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게시한 의사와 그 웹사이트의 성격 등을 종합해볼 때, 링크를 이용해 별다른 제한 없이 성착취물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를 조성한다면 성착취물을 직접 배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법원은 A씨가 자신이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20개의 성착취물을 직접 게시한 데 대해서도 “성착취물을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라며 “성착취물 소지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어떤 기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건에서는 소지 여부가 법적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소지에 대한 판단이 1,2심과 대법원이 달랐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내려받았다가 삭제한 경우는 소지에 해당합니다. 음란물 등을 내려받은 순간에 소지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도2317판결).

반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지 모르고 다운받았다가 바로 삭제한 경우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재밌는 자료’라는 이름으로 게시된 동영상을 내려받았다가 이 영상이 사실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확인한 후 바로 삭제했다면 고의가 없다고 판단돼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약칭: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가. 성교 행위
나.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
다.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라. 자위 행위

제11조(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 ①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⑤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⑥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링크’만 게시해도 음란물 전시

대법원은 지난 2003년에는 음란물 링크를 게시하는 것이 음란물을 직접 전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도1335 판결). 

당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인터넷신문에 음란 웹사이트에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링크를 만드는 것은 음란물 전시에 해당한다며 “음란물에 링크를 해 놓은 행위자의 의사와 음란물이 담겨있는 웹사이트의 성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할 때, 링크가 다른 웹사이트를 단순히 소개∙연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링크 게시에 따라 불특정·다수인이 별다른 제한 없이 음란물 등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가 실제로 조성됐다면 링크를 게시하는 행위는 음란물을 공연히 전시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마우스 클릭 행위로 의해 다른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이용자가 정보가 링크를 통해 오는지 인식하기조차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음란물 자체가 아니라 음란물이 링크된 URL만 전송했어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약칭: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0. 5. 19.>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성현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CP-2022-0210@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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