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비용 42.4% 급증…역대 두 번째
고금리·고물가에 실질소득 3.9% 줄어
정부 “현장 물가 내림세 확인 어려워”
“물가가 오르니까 생활비도 부담이고 물가 신경을 안 쓸 정도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보니 쉽지 않네요.” 30대 직장인 A씨는 고물가로 인한 금전적인 문제를 하소연했다. A씨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다 보니 식품 등 생활과 밀접한 것만 안 오르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걸 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내 월급만 아주 조금씩 천천히 오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 가계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이 일제히 줄었다.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가계 살림이 어렵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도 감소하면서 통장에 남은 돈마저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8% 줄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3.9% 감소했다.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소비지출 12대 비목별 동향을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7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주류·담배 지출은 3만8000원으로 같은 기간 0.7% 줄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3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7.4% 늘었다. 보건 지출은 22만4000원으로 같은 기간 6.5% 감소했다.
소득 자체가 줄다 보니 여윳돈도 위축하는 모습이다. 2분기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83만1000원으로 1년 전(394만3000원)보다 2.8%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이 전년보다 줄어든 건 2021년 2분기(-1.9%) 이후 2년 만이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벌이에서 이자와 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 등에 쓸 수 있는 돈이다.
2분기 가계 월평균 흑자액도 114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8%(18만3000원) 줄었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비이자지출을 차감한 처분가능소득에 소비지출까지 빼고 남은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가계에 남은 여윳돈을 의미한다.
가계 흑자액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감소 폭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2.3%에서 올해 1분기 -12.1% 등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자비용 급증이 꼽힌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이자지출 증가율이 지난해 2분기 7.1%에서 3분기 19.9%, 4분기 28.9% 등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분기 가계 소비지출은 월평균 26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7%(7만1000원) 늘었다. 다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5% 줄었다. 가계가 실제 생활비를 줄였지만 물가로 인해 실제 지출한 돈은 더 늘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당분간 이러한 고물가·고금리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향후 소비가 더 둔화할 수 있는 요인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 유가 인상에 따른 기름값 상승, 공공요금 인상, 여전히 높은 근원물가 등 악화 요인이 산재하다.
이에 정부의 물가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앞으로는 지난해 기저효과를 받기 어렵다 보니 정부 물가 관리 역량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정부가 10월 이후 다시 내려간다고 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오히려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여전히 정부는 전반적인 물가 흐름이 둔화세를 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국제유가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이상 저온 등 기후 이상으로 채소류 가격 인하 시기가 예년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월보다 내려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지만 현재는 비슷하거나 낮은 가능성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물가 발표 당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새로운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채소 가격 하락세도 늦어지고 있어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현장에서 물가 하향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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