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나와 함께 한 기억을 자꾸만 잊어간다면? 그래서 치매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 말하는 걸까? 박진영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버지와 지금은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박진영은 “아버님이 치매 판정을 받고, 이제 말기”라고 털어놨다.
가수 박진영은 알고 있다. 부모님을 만난 게 자신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는 것을. 아버지라는 말보다 아빠라고 평생 불러왔던 박진영. 박진영에게 아버지는 “베스트 프렌드”나 마찬가지였다. 박진영은 “중학교 때부터 아빠는 내 친구”였다며 “(아버지에게) 못하는 얘기가 없었다”라고 아버지와의 애틋했던 부자 관계를 이야기했다.
박진영이 아버지의 치매 증상을 처음 눈치챈 건 식사 때였다. 그는 “아빠랑 식사하고 이야기하려고 거실로 나왔는데 갑자기 아빠가 ‘밥 먹어야지’ 하시더라”며 “방금 밥을 먹었는데. (아빠가 이상해지셨다는 게) 처음으로 와닿았다”고 말했다. 평소 눈물이 없는 박진영은 그날 부모님 집에서 자기 집까지 오는 내내 차에서 눈물을 쏟았다.
치매가 악화되며, 현재 그의 아버지는 박진영을 알아보지 못한다. 아버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지만, 아버지와 함께 나눴던 대화의 기억은 박진영에게 남아있다.
박진영은 “치매 중기쯤, 어느 날 병실에 아무도 없을 때 아빠한테 ‘아빠, 진짜로 나 잘된 게 다 아빠 덕분이야’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며 “갑자기 정신이 돌아오실 때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내가 뭘. 다 네가 잘해서 그렇지’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게 박진영이 아버지에게 들은 마지막 정상적인 대답이었다. 박진영은 “제일 중요한 대화들은 치매 초기일 때 많이 나눈 게 너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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