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근데 그게 4회까지 좋고, 5회부터 생각이 많아져서…”
KIA 유튜브 갸티비 담당자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 준비를 하던 우완 황동하(21)에게 올 시즌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냐고 하자 나온 대답이었다. 실제 황동하는 결과를 떠나 시원스러운 투구로 김종국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인상고를 졸업하고 2022년 7라운드 65순위로 입단한 우완투수. 13경기서 3패 평균자책점 6.61을 기록했다. 성적은 별 볼일 없었다. 단, 퓨처스리그서는 17경기서 6승5패 평균자책점 3.78로 충분히 잠재력을 드러냈다.
황동하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빠른 템포의 투구다. 타자가 호흡을 가다듬기도 전에 바로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고 투구동작에 들어갔다. 타자들에게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패스트볼은 140km대 초반이다. 그러나 150km을 던지는 듯한 시원스러움이 느껴졌다. 내년부터 도입될 피치클락에 가장 잘 적응할 게 확실하다.
그러면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등을 도망가지 않고 던졌다. 단, 스피드가 압도적이지 않고, 커맨드가 예리한 편도 아니다 보니 컨디션이 안 좋거나 운이 따르지 못하면 난타 당하거나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긁히고, 타자들이 황동하 특유의 빠른 템포에 말려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을 통해 좀 더 투구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갸티비에 “시즌 끝나고 전력으로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구속 상승을 목표로 공을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투구밸런스 유지를 전제로 구속을 올리면 좋은 건 확실하다.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한 요소다. 황동하는 “올 시즌 잘한 건 딱히 없다. 잘 던졌다고 생각한 경기도 없다. 계속 경기 영상을 보는데 4회까지 좋고, 5회부터 생각이 많아져서 아쉬웠다. 컨디션이 좋은데 생각이 많아지고 마인드나 멘탈이 약해서 잘 안 됐다”라고 했다. 선발경험이 많지 않으면 5회를 넘겨야 한다는 프레스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사실 KIA는 내년 선발진이 일찌감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로 뽑을 외국인 둘에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이다. 어느 하나 빠질 선수가 없다. 특히 이의리와 윤영철은 토종 원투펀치로 향후 5년 이상 KIA를 이끌어갈 투수들이다.
이런 점 때문에 보통의 투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레이스에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올 시즌만 해도 마리오 산체스와 이의리가 부상으로 동시에 로테이션에서 빠진 시기가 있었다. 황동하로선 올 시즌처럼 내년에도 적은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야구를 이름값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팀으로선 이런 선수들이 제대로 터질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긴장감과 동기부여다. 황동하의 오키나와 드림은, KIA의 2024년 새로운 희망과 궤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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