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9월 이후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융권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열차가 종점에 왔다고 본다. 다만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연준은 1일(현지시각)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결과 정책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시장’금리가 움직였다
이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버금갈 정도의 금리상승세가 나타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3일 약 16년만에 5%를 돌파하는 등 시장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소폭 상승분을 반납했지만 여전히 4%후반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린데 이어 석달여간 현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따라서 굳이 연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나서지 않더라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시장은 보고있다.
제롬파월 연준 의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장기국채금리 상승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최근 시장금리 인상이 이날 금리동결의 이유가 됐음을 에둘러 인정했다.
여기에 더해 연준이 그간 기준금리를 올려온 핵심 근거였던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는 지난 8월과 같은 수준이다.
금리인상 끝?…고금리는 더 간다
이날 회의 이후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모양새다. 연준이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점의 효과를 인정한 데다가 이와 같은 흐름이 정책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다.
이날 한국은행에서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FOMC회의에서 최근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여건 긴축이 고려 요인으로 제시되면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라고 봤다.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금리인상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GS)는 “경제활동, 고용 및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주는 요인에 금융여건을 추가함으로써 최근 일부에서 제기한 긴축적인 금융여건이 추가 긴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제이피모건(JPMorgan)은 “금융여건을 추가한 데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소시에테제네랄(Socgen)은 “정책결정문에 금융여건을 추가한 것은 장기금리의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금리인상의 지연 효과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금리인상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고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연준은 금리인상을 중지한 것이 아니라 매파적인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추가 금리인상의 기준이 더 높아짐에 따라 2024년 2분기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연준 금리동결 반가운 한은
한국은행은 연준의 금리 동결과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오는 30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덜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한은은 물가, 한미간 금리차이, 가계부채 등 금리 상승 압력과 경기둔화라는 금리 하락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중 한미간 금리차이는 외국인투자자금유출, 달러/원 환율의 상승 등을 언제든지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간 금리차이가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은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있다”라며 “한미간 금리차이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금리조절 여력을 확보했다는 것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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