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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난민촌에 무더기로 폭격을 가한 가운데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전쟁범죄’라는 규탄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폭격은 특히 민간인 밀집지에 사이렌 없이 미사일을 퍼부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에 주변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잔혹 행위를 비난하며 외교 관계를 단절하려는 움직임도 속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부터 연이틀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아 주거지를 공습하면서 국제사회 반발이 쇄도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자발리아 지하 터널에 숨었다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살을 폭격의 이유로 내걸었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은 ‘토끼굴’ 같은 난민촌에서나마 생계를 이어오다 죽음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매체는 이번 폭격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이전 공격과 달리 어떠한 사전 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이스라엘은 이전에는 종종 주민들에게 직접 경보를 보내거나, 지붕이나 옥상에 터지지 않는 훈련용 포탄 등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집안에 있는 민간인에게 경보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기점으로 이전과는 달리 ‘글러브를 안 끼고 때리는’ 마구잡이(bare-knuckle) 전술로 돌아선 것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스라엘이 사전 경보를 울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이스라엘 고위급 당국자는 공습에서 더는 사전 경보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달라진 상황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류를 두고 국제 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제법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민간 건물이라도 무장조직이 사용하는 경우에 적법한 군사 표적이 되는 것은 맞으나, 어떠한 공격이라도 표적의 군사적 가치에 비례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머리대 법학 교수인 마이믈 마이어는 “군사 표적이 민간인 희생 위험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자발리아 공격 결정이 전쟁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매체에 말했다.
그는 다만 “인구가 밀집한 난민 캠프의 한복판에서 끌려나온 이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인지를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엔 측은 이번 폭격을 놓고 ‘전쟁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1일 게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자발리아 난민촌 공습에 따른 수많은 민간인 사망과 파괴 규모로 볼 때 우리는 이것들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공격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적시했다.
중동을 넘어 서방에서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규탄 대열에 가세했다. 볼리비아는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요르단, 콜롬비아, 칠레는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자발리아 캠프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 공격으로 매우 심각한 숫자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나온 데 프랑스는 애도와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은 신중론을 고수 중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일 “우리는 이스라엘이 테러에서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계속 확인할 것이며 이스라엘은 이를 민간인 보호를 우선하는 국제 인도주의 법과 일관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자발리아 주민들이 처한 참상으로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도 난민촌 공습이나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을 택한 것이다.
한편 미 인공위성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1일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전까지 빽빽하게 옥상과 지붕이 들어섰던 자발리아 난민촌 한복판에는 폭격 이후 마치 운석이 떨어진 듯한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이에 따라 폭격 지점에 있던 건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폭격 주변에 있는 최소 수십채 이상의 건물도 잿더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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