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와 관련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며 당국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검토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외국인들이 사면 지수가 오르고 팔면 내리는 거래일이 속출하면서 공매도가 아닌 외국인 매매 동향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당국의 정책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 지난 달 말일까지 열린 81거래일 동안 56일을 순매도했다. 규모로는 6조9070억원 가량의 코스피 상장사 주식을 처분했다.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거래일 중 코스피지수는 38회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들이 팔면 지수가 하락한 날이 이번 하반기 들어 67.85%나 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3일 중 이틀 가량은 코스피지수가 약세로 마감한 셈이다.
올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연초 이후 지난 상반기까지 12조3180억원의 순매수 자금을 투입한 기간 코스피지수는 15% 이상 올랐다. 반대로 외국인들이 7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6조9140억원 규모로 비중을 급격히 축소하자 지수는 12.47% 가량 뒷걸음질 쳤다.
증권가는 최근의 주가 하락의 주 요인이 공매도가 아닌 외국인들의 수급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때문에 공매도 자체를 금지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시장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런(한시적 공매도 금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공매도 거래를 막을 경우 오히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비중을 줄여 주가지수에는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자체를 막기보다 불법 공매의 비합리적인 관행과 범죄 욕구를 차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비롯해 공매도 거래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랬동안 계속돼 왔지만 기본적으로는 공매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비합리적으로 느끼고 있는 접근성, 정보의 비대칭성,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 등 공매도 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증시 부진과 큰 변동성에 대한 원인이 공매도에 있다기 보다는 허약한 국내 증시 체질에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증시 발목을 잡고 있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는 게 한시적 공매도 금지보다 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면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오히려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공매도 거래를 일시 중지하는 것은 되려 증시 체질개선에 역행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에 편승한 정책 결정보다는 국내 증시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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