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는 최근 넷플릭스 ‘이두나!'(감독 이정효)의 주인공 수지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두나’를 선택한 이유부터 작품 비하인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다.
“처음 대본을 보고 웹툰부터 찾아봤어요. 원작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 보았는데 정말 설레더라고요. ‘이두나’만이 가진 묘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동안 제가 해보지 않은 역할이었고 ‘두나’에게 마음이 쓰여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극 중 수지는 대중에게서 숨어버린 톱 아이돌 ‘이두나’ 역을 맡았다. 눈에 띄는 외모와 특출난 실력으로 최정상 아이돌이 되었지만, 그룹과 회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멤버들의 질투로 마음고생하던 그는 무대를 이탈하고 돌연 탈퇴를 선언한다. 셰어하우스에서 만난 ‘원준’을 보고 오해하지만, 차츰 그와 가까워지며 진심으로 끌리게 되는 인물이다.
“실제로 제가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한 이력이 있으니까 (극 중 모습이) 실제 저로 비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점들이 작품에는 도움 될 수 있겠다고 보았죠. ‘두나’가 가진 아픔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고 그걸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수지는 아이돌 그룹 스윗드림 출신 ‘이두나’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 역시 2010년 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해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 ‘터치(Touch)’ ‘다른 남자 말고 너’ 등 히트곡을 내놓았고 국내 톱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던 터. 2017년 미쓰에이 해체 후 오랜만에 ‘아이돌 그룹’으로서 무대에 올라 “이상한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두나’의 아이돌 활동 시절을 담기 위해 (고)아성, 라치카 리안, 시미즈, 가수 자넷서, 배우 정빛나, 성예지, 한지수가 모였죠. 하하. 연습할 때 예전 생각이 많이 났어요. 오랜만에 그룹으로 호흡을 맞춰보는데 멤버들은 (미쓰에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더라고요.”
수지는 스윗드림 멤버들의 첫인상이 “엉망진창이었다”며 웃었다. 실제 아이돌 그룹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데뷔하는 반면 감미로운 드림은 위해 위해 빠른 시간 안무, 동선, 노래, 연기를 소화해 내야 했기 때문이다.
“라치카 시미즈, 리안은 안무도 만들고 디렉팅도 해야 했어요. 안무를 짜놓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동선을 맞추는 데 정말 엉망진창이더라고요. 하하하. 저는 그룹 활동을 해봤으니까, 동선이 이해가 가는데 모두 함께 모였을 때 합이 잘 안 맞더라고요. ‘이걸 어쩌나’ 했는데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합이 맞는 거예요. 쾌감도 느끼고 ‘정말 한 팀 같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극 중 등장하는 콘서트 장면은 실제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K콘에서 촬영했다. 본 공연이 시작하기 전 무대 장면과 사고 장면을 함께 찍었다. “두 번만 촬영할 수 있어서 긴장감이 컸던” 장면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K콘 무대에 올랐는데 솔직히 저보다 감독님께서 더 벅차 하셨던 것 같아요. 하하하. (감독님께서) 계속 제게 ‘어때? 떨리니?’ ‘기분은 괜찮니?’ 물어보시는데 저는 ‘한 번에 끝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거든요. 감독님은 촬영하실 때도, 끝나고도 엄청나게 감동하시고 울컥하셨었어요.”
수지가 울컥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그는 오해가 쌓여 갈등을 일으켰던 스윗드림의 ‘임하연'(고아성 분)과 화해하는 신이었다.
“드라마 말미 카페에서 ‘하연’과 몰래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 감정의 동요가 컸어요. 그동안 쌓였던 오해를 풀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데도 (기분이) 슬프더라고요. 따뜻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수지가 아닌 ‘이두나’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쾌감을 느꼈던 일들도 있었다. 수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두나’는 거침없이 저지르곤 해서였다.
“스윗드림의 K콘 무대를 찍으면서 짜릿했어요. ‘두나’가 무대를 망치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무대 의상으로 초커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뜯어버리면서 주저앉아 버리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건 실제 가수 활동할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극 중 ‘두나’로서는 힘들고 안타까운 장면인데 그걸 지켜보는 ‘수지’는 짜릿하기도 하고요. 하하하. 그 장면을 찍을 때 사전에 미리 공지를 하긴 했는데 전달받지 못한 분들도 계셨는지 깜짝 놀라는 분들도 계셨어요.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돌아 나오는데 참 재밌더라고요.”
수지는 ‘두나’가 있는 그대로 감정을 느끼고 전달할 때 부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순전 온전히 힘들다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게 부럽더라고요. 과거의 저는 제가 힘들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었어요. 지나고 보니 ‘어쩌면 나는 그때 고장 났었던 거구나’ 싶었던 거죠. ‘두나’는 그런 걸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아이라서 부러웠어요.”
수지는 ‘두나’로 하여금 해소하지 못한 감정을 풀어낸 모양이었다. 그는 ‘두나’가 느끼는 감정을 극적으로 풀어내려고 했고 그 과정으로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시청자들이 처음 ‘두나’를 볼 때 ‘왜 저러지’ ‘왜 이렇게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없지?’라고 느껴야 되려 후반부에 (두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보았어요. ‘두나’를 표현할 때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야 ‘원준’도, 시청자분들도 ‘두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두나’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원준’ 덕이었다. 수지는 ‘이두나!’의 판타지는 ‘두나’가 아닌 ‘원준’이라며 “그의 무해함으로 여타 로맨스와 다른 점들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두나’가 ‘원준’에게 느끼는 안정감은 그가 자신을 모르는 데서 오는 편안함이에요. ‘의도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한 뒤 감정들이 쌓이고 로맨스로 향하게 되거든요. 그 과정이 판타지 같았어요. 이 지점이 여타 로맨스와 ‘이두나!’의 차이 같았어요.”
수지는 ‘이두나!’를 떠나보내고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계속 대본도 보고, 미팅도 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해보지 않은 배역을 연기해 보고 싶어서 보는 중이에요. 차기작은 김은숙 작가님의 드라마인데요. (김)우빈 씨와 다시 만나 반갑고 더욱 편안하더라고요.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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