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 중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의 ‘집게손가락’ 부분이 넥슨 측의 요청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엔젤릭버스터(엔버)의 새 영상에서 남성혐오를 뜻하는 집게손가락이 포착됐다며 분노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집게손가락이 남성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5일 “넥슨은 발주 단계에서 집게손가락 모양이 담긴 일러스트를 첨부해 스튜디오 뿌리에게 영상화를 부탁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9월 스튜디오 뿌리에 엔버 프로젝트를 의뢰하면서 장면마다 참고해야 하는 일러스트와 영상도 함께 전달했다. 이 참고 자료에는 엔버가 문제의 ‘집게손가락’ 모양을 한 일러스트도 있었다. 이에 애니메이터 김상진 감독은 넥슨의 의도대로 엔버의 몸짓과 움직임을 그렸다.
이어 넥슨은 완료된 콘티를 지난 10월 25일과 27일 두 차례 전달받고는 “문제없다”라고 회신했다. 이후 넥슨은 11월 8일, 10일, 16일, 20일, 21일, 22일, 23일, 29일에 거쳐 스튜디오 뿌리가 작업한 티져·시사 영상·최종본을 확인했다.
하지만 넥슨은 영상에서 남성 혐오 논란이 터지자, 하청사인 스튜디오 뿌리에 책임을 전가했다.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뿌리와 관련된 조사 결과에 따라 메이플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심지어 넥슨은 스튜디오 뿌리에게 사과문을 종용하고 법무팀을 보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스튜디오 뿌리 측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과문을 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영상 속 크레딧 목록과 스튜디오 뿌리 직원을 비교하며 엔버 영상에 집게손가락을 집어넣은 범인으로 여성 직원 A씨를 지목했다. A씨는 본명과 얼굴이 퍼지는 등의 사이버 불링(온라인상 괴롭힘)을 당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장면을 그린 것은 젊은 여성인 A씨가 아니라 40대 남성이었다. 또한 이 콘티를 검수하고 총괄 감독한 스튜디오 뿌리 측 인물은 50대 남성이었다. A씨는 일방적으로 사이버 불링을 당한 A씨는 100여 컷을 그린 30여 명의 애니메이터 중 하나였다. 그중 A씨가 담당한 것은 엔버가 돌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문제가 된 장면은커녕 집게손가락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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