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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연구개발(R&D)에 몰두하면서 런웨이(보유 현금)가 바닥났고 투자 유치를 하는 동시에 매각을 검토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형 소셜 미디어 업체에서 최종 오퍼(인수 금액 제안)가 왔을 때 한 엔지니어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버티면 100곳이 넘는 회사들과 일할 수 있는데 왜 다시 한 회사를 위해 일하던 때로 돌아가야 하나요.’ 그 말에 마음을 다잡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안익진 몰로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매각을 제안했던 소셜미디어 업체는 수익화를 위해 몰로코의 머신러닝 기반 추천 엔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해당 기업의 인수합병(M&A) 담당자는 지금도 만날 때마다 ‘놓친 수익이 아쉽다’며 농담을 한다”며 5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몰로코는 1000여곳 이상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머신러닝에 기반한 맞춤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애드테크(Adtech) 분야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달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몰로코는 나스닥 상장 1순위 기업으로 손꼽히며 기업 가치만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다이내믹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안 창업자는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시장도 기업도 내재적 가치를 잘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사업을 하다보면 누가 얼마의 가치에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는지 등에 휘둘릴 수 있는데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진짜 가치를 알아보고 집중하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몰로코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도 안 창업자는 담담하다. 그는 몰로코의 나스닥 상장 계획에 대해 “오랫동안 기업공개(IPO)를 마일스톤으로 보고 상장사처럼 투명하고 건실하게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IPO 시장 상황이 좋아지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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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휩쓴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앞서 몰로코는 2년 반 전부터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에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트랜스포머 모델을 도입했다. 배달앱에서 치킨을 주문한 사람에게 치킨을 연달아 추천하는 대신 문맥 학습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패턴을 예측, 추천하는 식이다. 올 초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가 몰로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광고주가 급속하게 늘었다. 안 창업자는 “동네 중국집처럼 광고 한 번 해보지 않은 신규 광고주가 30만 원의 광고료를 내고 50만 원을 버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라며 “수만 명의 광고주를 요기요 내부의 직원 4~5명이 담당할 수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추적하지 않고도 좋은 가치를 제공하면서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이 몰로코가 내세우는 비전이다. 그는 “몰로코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머신러닝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될 것”이라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 창업자기 10년 간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얻은 교훈은 ‘큰 회사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 초기만 해도 대형 고객을 확보하는 데 힘을 썼지만 여러 실패를 통해 배웠다”며 “스타트업과 일을 하면 빨리 같이 움직이고, 또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과 일했더니 수천 곳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면서 “같이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중요 고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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