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원 유입·이사 때문으로 들어” 증언…보좌관 측 “상근 직원들 PC 아냐”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시작될 무렵인 작년 11월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54)씨가 외곽조직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의 PC 정비를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5일 박씨의 재판을 열고 먹사연 사무국장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했다.
A씨는 “작년 11월 먹사연이 이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원이 들어올 예정이니 가구나 PC 등을 정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박씨로부터 들었다”며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왔었기 때문에 사무실에 있는 PC 수만큼 하드디스크를 구입해 모두 교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PC 사용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직원 중 한 명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은 기억도 있다고 떠올렸다.
검찰은 작년 11월 박씨가 송 전 대표 개인 외곽조직인 먹사연의 경선 캠프 활동 관련 자료들이 발각되지 않도록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정근(61)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구속기소된 이후 검찰이 추가로 발견한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유력인사, 민주당 중진 의원 사이 통화녹음파일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던 시점이다.
재판부가 당시 먹사연에 근무도 하지 않았던 박씨의 전화를 받고 하드디스크 교체를 한 이유를 묻자 “상사가 아닌 이의 말을 따르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지만 박씨는 당시 잘 알고 존경하는 분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보통 사무실 PC는 데이터 백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경우 교체 예정 일시를 통보하고 교체하는데, 그렇지 않고 하루만에 급히 처리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다.
A씨는 “당시 이사 등이 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평소에도 하드디스크 교체와 소프트웨어 설치를 지원해왔었기 때문에 PC를 정비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박씨 측은 하드디스크가 교체된 컴퓨터를 이용했던 직원들이 연구소에 매일 출근하는 상근이 아니었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박씨의 변호인은 “교체된 6개의 하드디스크 중 2개는 공석의 컴퓨터였고, 나머지 4개를 사용했던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근무했던 게 맞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 부소장은 매일 나왔지만 나머지 두 명은 일주일에 2∼3일 정도 나왔다”고 답했다.
박씨가 먹사연 PC에 무엇이 저장돼있는지 알수 있는 상황이었냐고 묻자 “당시 박씨는 당시 출근하지 않고 있어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전직 먹사연 소장 이모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이씨는 “(컨설팅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바 없다”며 “여론조사 비용으로 거액이 지출된 사실도 구체적으로는 몰랐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씨는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과 공모해 총 6천750만원을 살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여론조사 비용 9천여만원을 먹사연 돈으로 대납한 혐의도 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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