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내분이 격화되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원로그룹이 ‘신당 창당’을 시사하며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출당 청원’으로 맞대응하는 등 분당 위기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다. 다만 원로그룹에선 여전히 이 대표를 겨냥해 “중대한 결단”을 촉구, 내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은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나라를 위해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상임고문은 “자기(이 대표) 때문에 민주당이 소위 사법 리스크에 꽁꽁 묶여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강성) 지지자들이 원외에도 있지만, 원내에도 무지막지한 발언들을 많이 하는데, 정치의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품격이 완전히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 사퇴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 일각에서 ‘이재명 대안 부재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당의 대표가 그렇게 할 사람이 없나”라며 “지금과 같은 체제에서는 당에 대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아무 소리 못 하니까(대안이 없다고 말하는 것)”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비판은 이 대표가 전날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통합의 정치”를 강조한 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출당 청원 게시글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그 출당 청원 게시물이) 당 내부 분열을 야기하고, 우리가 통합으로 가는 데 있어 상당히 위해적 요소가 있다고 인식했다”며 “당 대표도 그렇고 당 차원의 조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 글은 지난 3일 당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전 대표를 출당시키자는 요구 청원으로 지난 5일 한 때 청원 동의 수 2만을 넘겼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이 그렇게 하고 당이 결정한다면 따라야 한다”고 말해, 정치권에서는 이를 ‘신당 창당’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에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너진 민주주의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하려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썼다. 이낙연 전 대표와 그의 지지 세력을 끌어안고 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움직임을 내비치자, 이를 만류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 전 대표에 이어 민주당 원로들이 잇달아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 대표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연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 영향으로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이 대표가 최근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병립형 선거제’로의 회귀를 시사한 것에 대해 김부겸·정세균·손학규 전 대표와 함께 “병립형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꼼수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며 선거제 개혁을 약속한만큼, 이를 파기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비해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병립형 선거제가 불리한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점쳤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설계하고 추진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안 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통해 현재의 민주당으로 발전해왔다. 그 차원에서 당 대표를 지내셨고, 우리 정부의 총리를 지내셨던 분이 그런 정신과 방향에 관해서 아마 ‘같이 가실 거다’라고 보기 때문에 신당은 아마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낙연·김부겸·정세균, 이른바 ‘삼총리 연대설’이 부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 분 전 총리의 연결고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셨고,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는 점과 민주당을 제일 많이 걱정한다는 것인데 신당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다 같이 힘을 합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 취지에 저는 공감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도 이낙연 전 총리도 정세균 전 총리도 김부겸 전 총리도 각자의 역할에 맞춰 잘 할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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