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제공된 아침 식사 메뉴 사진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5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식단이 부실해 보이는 데다가, 식권도 사실상 ‘강매’였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서울 OO 경찰서 아침 식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가격은 5000원, 빠진 음식은 없다”라며 “다들 아침 먹고 힘내세요”라고 썼다. 이와 함께 사진 1장을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모닝빵 2개와 그 안에 감자샐러드가 들어있는 게 보인다. 여기에 스틱형 딸기잼과 옥수수수프가 담긴 그릇이 보인다.
빠진 음식은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사진 속 식판은 아침에 배식되는 음식의 정량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찰서 구내식당의 5000원짜리 식단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A씨는 “해당 서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식권을 매달 강제로 구매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000원이나 냈는데 이런 식으로 밥을 주는 국가기관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경찰보다 교도소에서 시민 세금으로 밥 먹는 죄수들이 더 잘 먹고 있네”라고 이견을 남겨 공감을 얻기도 했다. 실제 교도소 식단은 사진 속 식단보다 훨씬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식권 강매 부분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경찰 “다소 미흡했다…직원들에게 사과”
문제의 아침 식사는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강북경찰서 측은 “경찰서 리모델링 완료를 기념해 점심 무료 특식으로 감자 뼈다귀탕을 준비한 관계로 조식 준비가 다소 미흡했다”며 “매주 식단을 구성하는 구내식당 특성상 편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후 직원들에게도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식권 강제 구매 부분에 대해선 “서울 시내 경찰서 31곳 중 28곳은 구내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며 “남는 수익금으로 직원들의 인건비와 퇴직비를 충당해야 해서 직원들 동의 아래 5000원 상당의 식권을 한 달에 10매 안팎으로 자율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범인 잡는 경찰 식단이 구치소보다 못한 게 말이 되나”
일부 시민들은 흉악범을 수용하고 있는 구치소의 메뉴와 이번 경찰 식단을 비교하며 부적절성을 비판한다.
지난 6월께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을 수용한 부산의 한 구치소의 식단이 공개돼 ‘호화 식단’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구치소에선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식사가 배식 된다. 부식물은 쇠고기 떡국, 비엔나소시지 찌개, 돈가스, 만두, 짜장, 카레, 새송이 버섯국, 채소 닭고기 찌개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됐다. 또 크림수프, 빵, 샐러드와 아이스크림까지 간식거리까지 제공된다.
이 구치소에는 일면식 없는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23)과 처음 본 여성을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한 혐의를 사고 있는 일명 ‘부산 돌려차기 남’이 머무르고 있다.
해당 구치소뿐 아니다. 2021년 일명 ‘정인이 학대 살해’ 사건을 저지른 양모의 구치소 식단이 인터넷에 유포돼 법무부와 교정기관이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누리꾼은 인면수심의 범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좋은 식단을 제공받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정시설이 국가 예산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당시 관련 내용에는 “세금이 아깝다”, “군대 식단이랑 별반 차이가 없다” 등의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아울러 당시 서울남부구치소 기준 수감자 1인당 1일 급양비는 주식 및 부식비, 연료비 등을 합쳐 4700원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식단만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양호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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