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역대 수능 중 ‘가장 어려웠다’ 평가…수학·영어도 작년보다 어려워
수험생 “어려운 문제 많았는데, 당연히 학원 찾아가지 않겠나”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킬러문항’을 배제하고도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킬러문항 배제와 N수생 증가에 따라 ‘물수능’이 될 것을 우려해 교육당국이 변별력 확보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킬러문항 배제의 당초 목적이 사교육비 경감과 수험생 학습 부담 완화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과연 이러한 ‘불수능’ 출제가 옳은 방향이었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수학·영어영역 모두 상위권 체감 난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을 기록해 작년 수능보다 16점 수직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의 표준점수, 즉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한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대를 기록한 것은 2019학년도(150점)와 올해 두 번뿐이다. 대학 입학전형에서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를 쓰게 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얘기다.
2019학년도 수능 직후에는 이러한 난도가 논란이 되면서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채점 결과 발표에 앞서 “금번 수능 난이도에 대해 전국의 수험생, 학부모님,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국어영역 만점자가 64명으로 2019학년도(14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상위권 체감난도가 ‘역대급’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학영역 역시 ‘이과 쏠림’과 ‘의대 열풍’ 속에 점점 높은 난도의 출제경향이 고착화한 모양새다.
수학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지난해(145점)보다 3점 상승했다.
수학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대 후반까지 올라서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올해는 만점자 수가 612명에 불과해 2018학년도(수학 가형 165명, 수학 나형 362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영어영역도 마찬가지로 상위권 학생들의 허를 찔렀다.
정부는 사교육비 축소를 위해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원점수 90점 이상 수험생에게 1등급을 줬다.
교육당국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절대평가 전환 취지를 고려하면 적게는 6~8%, 많게는 10%가량이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출제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영어 1등급은 4.71%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수능 수학영역에서 1등급(상위 4%) 커트라인 동점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5.26%가 1등급을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올해 영어 절대평가 1등급을 받는 게 지난해 수학 상대평가 1등급을 받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셈이다.
절대평가 전환의 의미가 무색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기대치는 10%로 하는 게 적정하지 않겠냐고 볼 수 있지만, 아이들(수험생) 특성에 따라서 (1등급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교육과정 밖 킬러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능이 이처럼 높은 난도를 유지하는 것이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교육당국으로서는 올해 수능의 최우선 목표가 킬러문항 배제이고, 난도가 하락할 경우 킬러문항 배제로 부작용이 생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물수능’보다는 ‘불수능’ 논란을 감당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킬러문항이 나온 기존 ‘불수능’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며 “학생·학부모가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다고 믿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올해 수능을 본 한 수험생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킬러문항은 출제되지 않은 것 같지만,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가 많이 나온 만큼 학생들은 당연히 학원을 찾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앞으로도 킬러문항을 배제한 수능의 난도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심민철 기획관은 “외부에서는 ‘불이다’ 또는 ‘물이다’라고 말하지만, 학생들이 배운 것들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불수능’, ‘물수능’ 방식으로 출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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