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어려우면 올라가는 표준점수 최고점, 국어가 더 높아
입시업계 “국어 어려워도 이과생에 유리…통합 수능의 구조적 문제”
수학, 선택과목별 점수 차이 확대 추정…’선택과목 유불리’ 이어질 듯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가 수학보다 더 어려워 표준점수 최고점이 치솟으면서 이과의 ‘문과 침공’이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 높아 수학을 잘하는 수험생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수능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서는 이과의 문과 침공은 2022학년도에 도입된 ‘통합 수능’의 본질적인 문제여서 이번에도 여전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작년 수능(134점)보다 16점이나 치솟았다.
수학은 148점으로, 145점이었던 작년보다 3점 올랐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국어, 수학 모두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한 만큼, 두 영역 모두 작년 수능보다 어려웠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국어의 경우 난이도가 작년 수능보다 급등해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학보다 국어가 더 까다로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어가 수학보다 더 어려워지면서 두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는 국어가 2점 앞서게 됐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이 11점 앞서던 것에 비해 격차도 크게 줄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대입에서 이과의 문과 침공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과의 문과 침공은 자연 계열 수험생들이 수학 등에서 받은 고득점을 앞세워 대학 인문·사회계열로 대거 지원하는 ‘교차 지원’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2022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심화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작년보다 수학 영향력이 줄고, 국어·수학 영역 간 유불리 현상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수학 표준점수 우위를 바탕으로 문과 침공을 염두에 두고 있던 수험생들에게 다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과의 문과 침공은 통합 수능 점수체계와 관련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번에도 해소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어에서도 이과생들이 강점을 보여 국어가 어려워졌어도 혜택은 이과생이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학사가 추정한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이 147점, ‘언어와 매체’는 150점이다.
수학에서는 ‘확률과 통계’ 최고점이 140점, ‘미적분’ 148점, ‘기하’ 144점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언어와 매체’, ‘미적분’에는 이과생이 몰려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학 ‘미적분’을 택한 수험생 중 탐구 영역에서 과학탐구를 골라 이과로 분류될 수 있는 학생은 86.9%에 달한다.
국어에서 ‘언어와 매체’를 고른 수험생 가운데 62.6%도 과학탐구에 응시했다.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수험생의 3분의 2를 이과생으로 볼 수 있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여전히 이과생이 유리한 가운데 이과생 중 ‘언어와 매체’ 선택 수험생은 작년 수능 때보다 늘었고, 올해 수능 기준으로 문과생보다 많다”며 “국어가 어려워진 이득은 이과생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문과생이 국어를 잘할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며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나타났다고 문과생이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입시업계에서는 통합 수능 체제의 점수 산출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과의 문과 침공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통합 수능 체제에서 국어와 수학 점수는 공통과목 점수를 바탕으로 선택과목 점수를 보정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수학에서는 이과생이 몰린 ‘미적분’이 고득점에 유리한 점수 체계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점차 상위권 이과생을 중심으로 국어 ‘언어와 매체’ 쏠림도 나타나고 있어서 문과생들이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우 소장은 “대학 인문계열 모집 단위들이 점수 반영을 어떻게 할지, 탐구 변환표준점수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이과생 문과 침공이 줄어들 여지가 생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현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어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작년 4점(‘언어와 매체’ 134점, ‘화법과 작문’ 130점)에서 올해 3점으로 다소 축소됐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지난해 3점(‘미적분’ 145점, ‘확률과 통계’·’기하’ 각 142점)에서 올해 8점으로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확률과 통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미적분’이 148점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경제, 정치와 법(각 73점)과 가장 낮은 윤리와 사상, 세계사(각 63점)의 격차가 10점에 달한다.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화학Ⅱ의 표준점수가 80점을 찍어 가장 낮은 지구과학Ⅰ(68점)보다 12점이나 높았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히 고려하지만, 완벽하게 균형 있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내년부터 (수능 체제가 바뀌는) 2028학년도 수능 이전까지 선택과목 유불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면밀히 보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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