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찬성률 90% 넘겨 무난히 통과…수장공백 74일만 해소
조건부 구속제·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논의 등 주목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사법부 수장의 공백 사태가 74일 만에 풀리게 됐다.
조 신임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11일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남은 3년 반 임기 동안 사법부를 이끌면서 재판 지연 문제를 비롯한 당면 현안을 해결하고 사회적 갈등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본래 기능도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8일 윤 대통령의 지명으로 후보자가 되면서 일종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9월 24일 끝났지만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안철상 선임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사법부를 운영해왔다.
김 전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명됐지만 10억원 규모 비상장주식 재산 신고 누락 의혹과 극심한 여야 대치로 10월 6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낙마했다.
윤 대통령은 약 한 달간 새 후보자를 물색한 끝에 조 대법원장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7월부터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스스로 강하게 고사하다 끝내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이후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까지 지난달 10일 후임자 없이 퇴임하면서 양대 사법 최고기관의 수장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국회 최다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견제를 위해 재차 임명동의안을 부결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으나 지난 5∼6일 열린 인사청문회까지 별다른 결점이 드러나지 않아 무난히 통과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국회는 이날 출석 의원 292명 중 찬성 264명, 반대 18명, 기권 10명으로 찬성률 90%를 넘겨 조 후보자의 임명에 동의했다. 김 전 대법원장의 경우 298명 중 160명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45명 중 227명이,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77명 중 212명이 찬성했다.
조 대법원장은 약 3년 6개월간 대법원장으로 재임하게 된다.
헌법에 따른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지만 만 70세가 정년이다. 조 대법원장은 1957년 6월 6일생으로 2027년 6월이면 정년이 도래해 퇴임해야 한다.
그는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짧은 임기 문제가 지적되자 “기간이 문제가 아니고 단 하루를 하더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서 헌법을 받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은 산적한 현안 가운데 우선 재판 지연과 사법부 인사 문제 해결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표한 영장 관련 형사사법 제도도 향방이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사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재판 지연’을 꼽았다.
그는 “근본적으론 사건의 난도가 높아지고 재판의 충실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는데도 법관이 충분치 않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결국 법원이 사건을 많이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문회에서는 “취임하면 우선 장기 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 관리하겠다”며 “법원장에게 최우선으로 장기 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2025년부터는 법조일원화에 따라 경력 7년 이상 법조인만 판사로 임용될 수 있는데 법관의 처우 개선은 요원한 것도 문제다.
조 대법원장은 서면답변에서 “우수한 자원들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법관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근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의 온유한 평소 성향과 청문회 답변 내용을 볼 때 고법부장 승진제가 부활하거나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폐지되는 급격한 변화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둘 다 입법이 완료돼 정착 중인 법조일원화 제도와 깊이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은 서면답변에서 “법관들이 자긍심과 함께 건전한 근로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법관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높이면서도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조건부 구속제도,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등 영장 관련 형사사법 제도 개선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청문회에서 구속영장 발부율이 너무 높다는 의원들 질의에 “조건부 구속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하며 ‘구체적으로 바로 착수해달라’는 요청에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대법관 회의에서 공론화시켜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관련자를 불러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김 전 대법원장 시기 도입을 추진했으나 검찰이 절차 지연과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들어 반대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조 대법원장 취임 후 공론화될 경우 논란이 다시 점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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