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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북한은 화포에 탱크까지 생산하는데 한국은 소총 한 자루 만들 능력이 없는 나라였다. 52년이 지난 2023년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해외 언론들은 K방산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미 CNN은 지난해에 “한국 방위산업이 이미 메이저 리그(defense major league)에 진입했다고 미국과 NATO를 대신해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K방산의 시작은 1971년 11월 10일 박정희 대통령의 군방력 증강 의지에서 비롯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오원철 상공부 차관보를 제2 경제수석에 임명하고 청와대를 불러 “예비군 20개 사단을 무장시킬 수 있는 병기 개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연말까지 시제품을 만들라”는 시간표까지 콕 찝어서 주문했다. 이처럼 촉박한 시한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번개 사업’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걸림돌을 만났다. 미국이 한국산 화포 개발에 “No, Gun Never”라고 반응을 보였다. 남북 군비 확충 경쟁을 경계한 탓에 만약에 무기가 필요하면 미국에서 구입하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고민 끝에 정부는 자체 개발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개발팀은 각종 무기와 장비를 분해해 분석하며 도면을 작성하는 역설계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국내에 있는 미국 무기 교범을 끌어 모았고 철야 작업도 진행했다.
한번은 인천 바닷가에 여관을 잡아 놓고 며칠 밤 잠도 못 자고 지뢰 성능 시험을 했을 때였다. 갑자기 소총으로 무장한 군경이 여관을 에워싸며 개발팀을 체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괴한 10여 명이 인적 드문 바닷가에 밤늦게 돌아오면서 “폭발물” 얘기를 한다는 신고 탓에 간첩으로 오인 받았기 때문이다.
한 달 조금 지난 1971년 12월 16일, 청와대에서 시제품이 전시됐다. 빨간 카펫 위에 60㎜ 박격포, 로켓포, 기관총, 소총 등이 놓였다. 처음 보는 국산 병기에 참석자들은 감격했다. 박 대통령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격려하며 기뻐했다. 이후 청와대 신관 30평 반지하실에 병기 진열장이 마련됐고 박 대통령은 아침마다 병기 개발 상태를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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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 앞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 ‘AUSA 2023’ 행사장 중앙에 230㎡(약 70평) 규모 부스를 차려졌다. 전 세계에 K방산을 소개하기 위한 전시 부스다. 미국 육군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AUSA는 방산업계에선 IT·가전 전시회 ‘CES’와 같은 위상으로 통하는 방산 전시회 최고로 꼽힌다.
미국·독일·영국 등 전 세계 80여 국, 650여 방산 기업에서 3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행사로 연간 1000조원대 국방 예산을 집행하는 미국의 심장부에서 열리는 만큼 각국 방산업체의 경쟁은 치열하다. 각국의 방위산업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다 개회 직전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례 없는 관심이 집중된 행사다. 그런데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원조 장비에 의존했던 한국은 세계 최강 군사 대국 미국에까지 무기를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알려진 것보다 K방산의 위상은 한층 높아져 있다. 2022년 K-방산 수출은 173억 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눈여겨 볼 대목은 지난해 경우 이스라엘의 무기 수출액(110억 달러 이상)보다 60억 달러 이상 많은 수주를 했다. 이스라엘은 국내 생산 무기의 75%를 넘게 수출할 정도로 각종 첨단기술로 세계 방산시장 상위권에 올라 있다. 우리에게는 롤 모델이자 넘보기 힘든 ‘넘사벽’ 같은 존재였는데 그걸 뛰어 넘은 것이다.
덕분에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분석한 ‘2018∼2022년 국제 무기 이전 동향’에서 한국은 세계 9위를 기록하며 10위인 이스라엘을 제쳤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방산수출에서 이스라엘을 제친 것은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K방산은 육·해·공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핵무장한 120만 북한군과 맞서야 하는 특수한 안보 환경 영향으로 한반도의 평화 유지를 위한 군사력 증대와 각종 첨단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덕분다.
당장 지상군 무기인 장갑차(K9)·전차(K2) 등은 국내 독자 개발은 물론이고 생산가능 수준은 세계 상위권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항공 분야 역시 1970년대부터 전투기·헬기 기술과 관련한 이전 생산을 기반으로 이제는 자체적으로 고등 훈련기(T-50), 한국형 기동 헬기(수리온), 차세대 전투기(KF-X)까지 생산하는 기술이 갖추게 됐다. 함정 분야도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造船) 기술을 바탕으로 수상함은 물론 잠수함을 국내 자체 건조가 가능하고, 전투 성능을 좌우하는 전투 체계도 꾸준히 확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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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목표로 세운 방산수출 계획은 지난해보다 많은 200억 달러다. K-방산 수출 대박의 주역으로 큰손인 폴란드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한다. 폴란드는 지난해 K-2 전차 등 무기 4종에 대한 1차 이행계약만 124억 달러를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방산수출액의 72%를 차지한다. 잔여 계약은 K-2 전차 820여 대, K-9 자주포 430여 문, 다연장 로켓 천무 80여 문 및 탄약류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있는 계약을 올해 모두 체결하면 올해 방산수출액은 2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과 달리 상황을 낙관적이지 못하다. 한·폴란드 양국 방산업체들은 2차 계약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고 수출금융 문제 등 몇 가지 이견으로 본격적인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지난 12월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추가 수출하는 3조4475억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하는데 그쳤다. 이번 계약은 K-9의 남은 계약 물량(460대) 중 일부인 152대를 금융계약 체결 등을 조건으로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당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2차 계약을 맺어 모든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수출입은행이 특정 구매국에 정책 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한도가 차면서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 계약은 지난달 국내 5대 시중은행이 국내 방산업계에 공동 대출을 통한 금융 지원을 결정하면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폴란드 방산수출은 사실상 작년에 대부분 거의 끝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2차 계약이 최종 체결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은 물론 전체 물량을 계약할 지도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방산 수출금융 지원책 강화다. 폴란드의 경우는 미사일과 잠수함 등 추가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방산 외에 원전과 고속철, 공항 등에 있어서도 협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폴란드가 신뢰할 수 있는 방산 수출금융 지원책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폴란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남미권 수출을 위해서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는 사실상 말레이시아 FA-50 수출과 폴란드를 제외하곤 대규모 수출이 많지 않다. 조만간 국산 레드백 장갑차 선정이 기대되는 호주 장갑차 사업도 알려진 것과 달리 규모가 5조~8조원 이상에서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중동 지역도 K-방산 수출의 큰손으로 부상하며 천궁-Ⅱ 요격미사일, 비호복합 대공화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의 수출이 예상됐지만, 변수가 많은 중동 지역 특성상 올해 중 성사는 이미 물건너 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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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전문가들은 K-방산이 단순히 한 국가에 불과한 폴란드 대박 신화에 만족하지 말고 국가적 목표인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조언한다.
방산수출은 군과 업계가 함께 나아가는 범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이를 총괄하기 위한방산 컨트롤 타워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를 위해 방산 사령탑으로 대통령실에 방산비서관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는 비록 방산비서관을 신설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안보실 주도의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신설하고 국가안보실 2차장 산하 방산수출 기획팀을 만들었다. 비서관실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태스크포스(TF)팀 형식으로 꾸려 방위산업 수출을 총괄 지휘하는 형태다.
전문가들은 특히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과의 제도적 협조 장치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5월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방산의 도약을 위해 미국 시장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 국방조달시장은 425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다.
국방상호조달협정은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현재 28개국이 체결하고 있다. 체결국은 미국산우선구매법을 적용받지 않아 미군 등에 조달 제품을 수출할 때 세금 등으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관계자는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이 체결돼야 주요 미국 무기사업에서 적극적인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체결을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신속획득 프로세스(한국형 MTA)’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특성을 반영해 무기 도입 기간을 대폭 줄여 방산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법적·제도적 지원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이에 방사청은 방위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위사업 계약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나마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방위사업법을 개정해 ‘방위사업 계약법’에 담으려 했던 일부 내용을 반영하고, 나머지는 하위 법령에 이관하는 내용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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