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국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부결됐다. 미국은 당장의 휴전이 하마스에만 이득이 될 것이라며 결의안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아랍권 국가와 러시아 등은 미국의 이같은 결정을 비판했다.
안보리는 8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출한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이를 찬성해야 한다. 또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 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이날 투표에선 13개 이사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미국이 비토권을 행사하고 영국이 기권하면서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했다. 미국은 현 상황에서 휴전이 하마스에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비토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로버트 우드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당장 휴전을 하라는 것은 하마스에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연장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하마스가 여성 인질을 석방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여성 인질과 관련한 하마스의 성폭력 의혹을 제시했다.
미국 행보에 아랍권과 러시아 등은 크게 반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결의안을 제출한 무함마드 아부샤합 UAE 차석대사는 관련해 실망감을 표하며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단결할 수 없다면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 목표가) 가자지구 인종 청소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강제 추방”이라고 짚으며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말살과 추방에 반대한다면 즉각적인 휴전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번 투표가 “중동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 중 하루”라고 밝혔다. 또 미국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수천명, 혹은 수만명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비난했다.
하마스 역시 성명 등을 통해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비윤리적이며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에자트 알 라시크는 “미국이 휴전 결의안 채택을 막는 것은 우리 국민을 죽이고 더 많은 학살과 인종 청소를 저지르는 데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안보리에 직접 특정 안건 논의를 요청할 수 있는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하면서 소집됐다.
구테흐스 총장은 회의에서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잔혹한 공격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보복도 옳지 않다”며 인도주의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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