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수능서 수학 확률통계·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차 11점
“통합수능 구조적 한계…학생 진로탐구·대학 무전공 선발 등 필요”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학 1등급을 받은 최상위권 수험생 대부분이 선택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에 응시한 이른바 ‘이과’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1점까지 벌어지면서 과목 간 유불리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3천198명의 성적을 분석했더니 수학 1등급 수험생 가운데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3.5%에 불과했다.
통합수능 1년차였던 2022학년에는 수학 1등급 가운데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이 86.0%, 지난해에는 81.4%였는데 올해는 사실상 1등급을 이들이 점령했다는 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특히 수학 2등급에서도 미적분·기하 응시자가 71.7%, 3등급에서도 71.4%를 차지하고, 4등급까지 내려가야 비로소 확률과 통계 응시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52.9%) 것으로 종로학원은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확률과 통계의 경우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된 반면, 미적분은 까다롭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1점가량 벌어졌기 때문이다.
표준점수는 응시자 개인의 원점수가 응시집단의 평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지면 만점자의 표준점수(표준점수 최고점)가 올라가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수험생이 받을 수 있는 표준점수가 달라진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학원가에서는 올해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미적분은 148점이지만 확률과 통계는 137점에 머물러 상위권을 미적분 응시생들이 차지한 것으로 분석한다.
고교 진로·진학지도 교사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장지환 서울중등진학연구회 교사(서울 배재고)는 “올해 수능 수학영역의 경우 원점수 기준으로 확률과 통계 100점이 미적분이 88점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는데 미적분을 택할 경우 서너 문제를 틀리더라도 확률과 통계 만점자만큼의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통합수능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던 문제인데 특히 올해 학생 간 성적 편차가 큰 수학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입시에서 수학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자연계열에 응시하려던 수험생들이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하는 ‘문과침공’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입시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문과 1등’, ‘이과 1등’을 따로 뽑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 수능 체제에서는 결국 ‘수학 머리’가 입시를 좌우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문과침공’을 했다가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입시제도를 구상하는 교육당국은 물론 대학들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학 교육학과 A교수는 “어떤 전공이든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점수에 학교를 맞추고 전공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인데 이런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학 입학처장 B교수는 “고교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생들이 본인이 원해서 문과·이과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입에 유리하다고 하니 공부 좀 하는 학생들은 미적분을 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미적분을 택하는 학생들이 정말 이과 성향이어서 미적분을 공부하는 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무(無)학과로 학생을 선발한 다음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게 해주고, 전공이 맞지 않으면 복수전공이나 마이크로디그리 등을 활용해 공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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